12회 아산 280랠리 완주기 (오늘은 내가 하얀바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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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회 아산 280랠리 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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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허두(虛頭)
대전에는 요상한 짐승이 하나 살고 있다. 옛 초나라의 항우만큼 힘이 장사인데다가 겁대가리를 어디엔가 헐값에 팔아버려서, 180Km의 대전 둘레산길을 쉬지도 않고 혼자서 밤새 쑤시고 다니는 짐승 중에서도 王字를 새겨줘야 할 짐승이다. 그 짐승의 이름이 바로 하얀바퀴다. 특히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하얀바퀴는 주위의 다른 짐승들까지 숨막혀 헥헥거리게 만드는 고약한 취미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하얀바퀴는 결코 하얀바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히끄무레한 티타늄 몸체에 시커먼 바퀴를 달고, 마치 먹이를 찾아 헤매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인 것처럼, 근육질의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라도 난 듯 산속 여기저기를 씰룩쌜룩 춤추며 돌아다닐 뿐이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하얀바퀴다. 타고나기를 길눈이 밝은데다가, 이번 랠리 길을 완벽하게 사전답사한 몸이기에 마땅히 우리 팀의 길 안내를 담당해야만 할 운명이다. 그래서 많은 랠리꾼들 사이에서도 우리 일행에게 쉽게 식별될 수 있도록 특별히 잔머리를 좀 굴려서 새로 로켓론 하얀바퀴 두 개를 거금을 들여 구입했다. 장착하고 나니 삐까번쩍한 것이 내가 바로 범수도 울고 갈 비주얼한 바이키안이 되었다. 기분이 산뜻해지며 기분이 급상승한다. 뭔가 방귀라도 크게 뀌어 내 존재를 만천하에 알리고 싶은 충동이 일렁이고 살랑인다.
2. 준비
작년 정선 랠리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일단 코스 개념도부터 만들었다. 포토샵과 네이버 지도를 이용해 대형 지도를 만들고, 거기에 색색으로 도로, 임도, 싱글길을 그려 넣었다. 그리고 직접 여섯 번에 걸쳐 사전답사를 하면서 직접 기록한 GPS 자료를 이용해 꽤 정확한 랠리 코스도를 만들었다.
내가 만든 12회 아산 280랠리 코스도를 보려면 아래 주소를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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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구간별 거리와 예상 시간 및 예상 속도를 기록한 <280랠리 상황판>을 만들었다. 예상 속도는 우리 팀의 예상 최저 속도를 기준으로 했다.
내가 만든 <280랠리 상황판>을 보려면 아래 주소를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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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상황판은 <바이키안 카페>에 올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전체에게 공개하고, 마지막으로 고도, 거리, 예상 소요 시간을 한 장의 그래프로 만들었는데, 그것만큼은 전체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지원조용 1장, 후미용 1장, 라이딩 두목인 허수형님용 1장, 그리고 내 것 1장, 그렇게 총 4장만을 직접 만들어 비닐 포장하여 랠리 당일 나누어주기로 마음먹고 준비했다.
내가 만든 <고도, 거리, 시간 계획 그래프>를 보려면 아래 주소를 누르세요.
http://user.chol.com/~pkw1124/map/12th_280_graph.jpg
마지막으로 준비물 목록표를 작성했다. 휴대할 것과 지원조에 맡길 것을 목록으로 정리해 보았다. 배낭 없이 랠리에 임하면 엉덩이에 가해지는 압박감을 줄이고, 몸을 가볍게 해 산뜻한 기분으로 라이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매우 중요한 단점이 도사리고 있다. 이번처럼 비바람이 몰아칠 것이 거의 확실하게 예보되어 있을 때에는 더욱 그 단점이 치명적일 수 있다. 랠리 내내 비가 올 것이 예보되었고, 심지어 태풍 ‘메아리’가 울려퍼지고 있지 않은가? 자칫 저체온은 랠리 포기를 넘어서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야간 운행 시에는 보온을 위해 다단계로 자켓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배낭을 메지 않고는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안장가방에 비상용으로 노쓰페이스 경량 자켓을 비닐 포장해서 넣고, 배낭엔 낮 동안에는 헬스컵대회 때 받은 방풍조끼와 라이딩용 긴팔 방풍자켓 한 개를 더 휴대하기로 하고, 밤엔 거기에 고어텍스 방풍자켓을 한 개 더 넣어 휴대하기로 결정했다.
간식과 비상식은 파워젤을 비상용으로 조금 휴대하고, 간식으로는 가급적 초코파이와 소금사탕을 먹기로 결정했다. 맛도 좋을 뿐 아니라 포만감도 파워젤보다 훨씬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뒤 브레이크를 새 메탈패드로 교체했다.
내가 계획한 <준비물 목록표>를 보려면 아래 주소를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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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내내 열심히 자전거를 탔고, 얼마 전에 메리다컵 100Km 산악랠리(일명 오디랠리)를 가볍게 완주했기 때문에 특별히 별도의 훈련은 하지 않았다. 대신 시간 나는 대로 사전답사를 다녀왔다. 이번 랠리 코스는 상당히 많은 곳이 이미 라이딩해본 곳이었다. 그래서 답사하기도 쉬웠다. 여섯 번의 답사 끝에 전 랠리코스를 사실상 완벽하게 머리에 집어넣었다.
실상 코스 찾기가 가장 어려운 랠리가 이번 랠리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운이 좋았던지 여섯 번의 답사 과정 중에 긴가민가한 곳은 몇 곳 있었지만, 50미터 이상 헤맨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지도를 통해 산세와 주변 도로 및 등산로 상황을 충분히 예측하고 간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번 랠리 중에 길을 헤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아산랠리는 정확한 코스를 찾아가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 랠리이다. 하지만 나는, ‘헤맬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는 자만심 같은 완전한 자신감으로 충만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모든 출정 준비는 끝났다. 이젠 랠리를 즐기는 일만 남았다.
3. 출발 직전
드디어 출정일이다. 날씨는 사나워도 마음은 한시라도 빨리 달리고 싶어 안달이다. 시간이 왜 이렇게 더디게 가는지 모르겠다. 오늘을 위해 야간근무도 월요일로 바꿔 미리 해치운 상황이다. 다만 오늘은 일주일 중 수업이 7시간으로 가장 많은 날이라 아주 쬐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오후 6시, 마누라가 정성껏 준비해 준 탄수화물로 가득 찬 이른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하고 조금이라도 자고 가려고 침대에 누워보지만 도통 잠이 오질 않는다. 함께 가기로 했던 동료 팀원들이 태풍 메아리의 쩌렁쩌렁한 호통소리에 미리 겁먹고 랠리 참가를 포기한 것이 불과 몇 시간 전. 아쉬움은 마음 깊은 곳에서 메아리치지만 그 울림은 태풍 메아리에 쫓겨 담벼락 뒤로 이미 숨어버렸다. 뭔가 구멍이 뚫린 듯 허전한 마음으로 애시당초 푹 자는 일은 틀려먹었다. 월매님의 위로 문자를 시작으로 프회장님, 봄비님, 달이산님, 송죽님 등의 위로 전화가 스마트폰을 울린다. 그리고 마이클님의 전화, 자기는 무조건 지원 나간단다. 새벽 2시 30분에 온양에서 보잔다. 마음이 한 시름 놓인다. 이번 랠리 코스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나름 지원조 문제로 골머리 꽤나 아팠는데, 마이클님이 단방에 해결해 주신다.
저녁 10시쯤 얼핏 잠이 들고, 새벽 1시 정각에 번쩍 눈이 뜨인다.
대충 세수하고 마누라표 라면 2개를 꾸역꾸역 먹어치우고, 이미 다 꾸려놓은 짐을 차에 싣는다.
만나기로 한 식당에 도착하니 마이클님을 비롯해 프회장님, 매형님, 몽원장님, 그리고 보드맨의 얼굴이 보인다. 뜻하지 않은 방문에 깜짝 놀란다. 한편 고맙고 반갑지만 다른 한편으론 부담스럽기도 하다. 남에게 베푸는 일은 편하고 즐겁지만 내가 받는 일은 쉰이 넘은 지금도 어쩐지 익숙하지 못하다. 그래도 그 깊은 정(情)만큼은 마음속에 쌓아놓는다.
3시도 안 된 시간, 여울형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벌써 도착하셨단다.
우리도 서둘러 출발지인 이순신종합운동장으로 간다.
경모애비가 와 있다. 차 트렁크에서 버너와 주전자를 꺼내더니 커피를 끓인다. 그 마음 씀씀이가 커피보다 따뜻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여울형, 소이형님, 운객님 등으로부터 계속 전화가 온다. 출발 전에 얼굴이나 보려고 나를 찾고 있지만, 이렇게 먼 길 와주신 바이키안 형제들과 바로 헤어져 출발지로 갈 수는 없다 싶어 전화를 받지 않는다. 쬐금 미안하지만 할 수 없다. 그 때 온아MTB의 다인님으로부터 검차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3시 30분쯤 검차용 펀치로 번호표에 구멍을 뚫고 여울형에게 전화를 거는데, 바로 출발할 예정이란다. 랠리를 포기하는 바람에 아마도 몹시 속이 상했을 매형님은 나를 맨 앞으로 끌고 가면서 선두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고 성화를 부린다. 그 속에 담겨있을 속상함이 느껴져 내 마음도 쓸쓸하다. 이럴 때는 술이 보약이다. 술이 깨고 나면 지금의 일은 과거의 일로 묻히게 될 것이다.
4. 드디어 출발!
3시 4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각, 진행요원들이 서둘러 출발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걱정만큼 비는 오지 않는다. 아주 상쾌하고 산뜻한 출발이다. 어제까지의 비로 모든 공기 중의 오염물질은 땅속으로 꺼졌다. 코털의 정화를 거칠 필요도 없다. 한껏 입으로 새벽 공기를 호흡해보니 폐가 다 시원해진다.
짧고 낮은 고개를 넘어 외암리로 돌진한다. 페달링의 감이 30Km를 넘나드는 기분이다. 다들 씩씩한 전사들 같다. 강당골의 약한 업힐에서는 댄싱으로 오르는 남녀 라이더들도 눈에 띈다. “크, 저 사람들 완주하기는 틀렸군.” 이번 랠리 첫날이 얼마나 힘든지를 잘 아는 내 눈에는 선두 그룹도 아니면서 댄싱하는 그 모습이 그들의 포기하는 모습으로 보일 뿐이다. 철인이 아닌 다음에야 참고 비축할 줄 아는 자가 결국 승리할 것이다.
엘림랜드를 지나 임도 3거리에 이르자 많은 라이더들이 모여 쉬고 있다. 나는 끌바와 다운힐을 휴식시간으로 삼기로 작정했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바로 출발한다. 광덕산 구간의 평이한 오르내리막을 14Km 정도 라이딩하는데, 업힐에서 나를 추월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다운힐 때에는 그들이 내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한동안 그런 식으로 가다보니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비록 초반에 힘을 쓰지 않기로 굳게 작정했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장애물이 될 듯한 사람들을 무리하지 않은 한도 내에서 업힐에서도 조심스럽게 추월해본다. 그렇게 족히 수십 명을 추월하자 비로소 앞뒤에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 드디어 다운힐의 짜릿함이 근육을 흥분시킨다. 다운힐의 부드러운 리듬은 온몸을 노래부르게 한다. 다운힐에서 나를 추월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걸 보면 나도 이젠 바이키안이 다 된 모양이다.
출발 후 1시간 49분이 지난 새벽 5시 29분,
각흘고개에 도착하자 넓은 공터에는 지원차량으로 가득하다.
‘혹시 공주바이크 사람들이 나와 있지 않을까?’ 하고 살펴보느라 잔차에서 내려 이곳저곳을 둘러보지만 아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질 않는다. 사진만 몇 장 찍고 바로 출발한다.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길상사 삼거리까지 예상보다 매우 빠르게 올라간다. 풍적골 삼거리에서 봉곡사 임도 업힐이 시작되는데 발걸음이 너무 가볍다. 끌바 속도가 5~7Km 사이를 오르내리는데 숨은 잘 때처럼 편안하다. 몸이 풀리기 시작하나보다.
송악저수지를 지나 수곡리 고개를 넘어간다. 막판 험한 돌길이 아까부터 내린 비로 미끄럼틀이 되어 있다. 앞에 가는 사람이 내려가지를 못하고 멈추어 버린다. 이런 곳에서는 내려가는 것보다 멈추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들다. 결국 앞에 내려가던 사람이 갑자기 넘어지고 만다. 그 바람에 나도 급정거하다가 넘어져 버린다. 크, 핸들바와 옷이 완전히 진흙탕 속에 뒹굴어 버린다. 게다가 새끼손가락이 까져 피도 난다. 속으로는, ‘왕짜증이다. 그냥 투두둑~ 치고 내려가면 쉬울 텐데, 빌빌거리며 거북이처럼 옴짝옴짝 내려가더니... 결국 민폐닷!’ 하면서 엉뚱하게도 넘어져 힘들어하는 그 불쌍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해댄다. 원래 빈깡통이 요란한 법이고, 실력 없는 자는 말이 많은 법이라는데, 크, 이룬, 지금은 내가 딱 그 빈깡통 신세다. 이런 곳에서 앞 사람이 넘어진다고 따라서 넘어진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게 여겨진 탓인가 보다.
신경질적으로 남은 내리막길을 마저 내려가는데, 마이클님과 보드맨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우, 씨, 앞 사람이 서버리는 바람에 넘어졌어!” 하는 푸념도 빠뜨리지 않는다.
“다치진 않으셨구요?” 하구 묻는 보드맨의 말을 흘려들으며, 나도 언젠가는 “앞 사람이 넘어지는 바람에 위험했지만, 옆으로 잘 돌아 내려왔지 뭐, 히히~~!!” 하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원해 본다.
마이클님이 여울형 소식을 전해준다.
“여울형님은 5등으로 지나갔어요.”
“와우~~! 역시!” 하고 말하는 내 마음 속에서는,
‘형, 힘 내! 까짓것 1등도 좋아!’ 하는 생각이 바람처럼 스쳐간다.
47분 후인 6시 45분, 드디어 조식지점인 수곡쉼터에 도착한다.
예상 시간보다 빨리들 도착해서일까? 아침으로 주문한 도시락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보드맨이 열심히 진흙탕에 말아먹은 잔차들을 세차하는 동안에, 아직 온아MTB 회원들과 면식이 트지 않아 이래저래 눈치를 보던 나는, “에라 모르겠다, 일단 먹고 보자.”는 생각으로 원래는 점심용이라는 콩나물국에 맨밥을 말아 맛있게 먹는다. 아침 먹는데 20분이 넘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자, 빨리 출발합시다.” 하는 다인님의 출발 지령이 내려진 7시 6분, 온아MTB 회원들의 뒤를 따라 나도 출발한다. 강장리 싱글 초입까지 함께 라이딩하다가, 싱글 정상에서 내가 먼저 내려간다.
예상했던 대로 수곡쉼터에서 아침을 먹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길을 꽉 막아 버린다. 후회 막심이다. 여울형이 수곡쉼터를 조식지점으로 삼지 않은 이유를 확실히 알겠다. 여울형이 처음에 조식 지점으로 계획한 곳은 도고임도 초입이었고, 실제로는 예산운동장을 조식지점으로 최종 낙점했는데, 바로 이러한 병목현상을 충분히 예상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할 수 없다. 약간 무리해서라도 추월해야겠다. 안 그러면 예산 직전의 용굴봉과 토성산 능선에서는 병목 현상이 더욱 심해져 구간 대부분을 끌바해야만 할지도 모를 일이다.
업힐 끌바구간에서 빠른 속도로 몇 명을 추월한다. 약간 숨통이 트인다.
그런데 옆으로 횡단하는 좁은 트래버스 길에서 또 병목이 발생한다. 처음에는 참을성 있게 잠시 기다려주다가 계속 지체되자, 결국 내 입에서는, “먼저 좀 가면 안 될까요?”하는 말이 튀어나온다. 그런데 뒤돌아보며 마주친 그 라이더가 바로 잘 아는 공주바이크의 고목나무님이다. 오랜 세월 태권도로 단련된 단단한 체력에 기술적인 훈련도 매우 열심히 한 공주바이크 열혈당원 중의 한 명이다.
“어, 고목나무님 아냐. 이룬, 반가워요.” 가볍게 인사하고 먼저 내려간다.
꽤 빠르게 오르내리면서 여러 사람을 추월하다가, 또 한 사람을, “먼저 가겠습니다.” 하면서 옆으로 치고 나가는데, “어, 사내가요님?” 하는 소리가 들린다. 잰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니 고목나무님의 동생인 강호님이다.
“어, 강호님이네. 반가워요. 출발할 때는 정신이 없어서 얼굴도 못 봤네. 근데, 아침은 농은리에서 먹었지?” 하고 묻는데, 강호님 표정에 배고픔이 묻어나면서 힘없는 목소리로,
“아직 못 먹었어요.” 하는 게 아닌가.
“엉? 아직 아침을 안 먹었다고? 그럼 도고임도 입구에서 먹기로 했어?” 하고 물었더니,
“예산에서 먹기로 했어요.” 한다.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아이구, 이룬, 예산은 중식 지점이지 조식 지점이 아닌데...! 여울형이나 조식 지점이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점심 먹을 장소라구! 이나저나 배고파서 큰일났네.” 하고 말하면서, “나 먼저 갈게.”하고 매몰차게 강호님을 두고 쏜살같이 내려가 버린다. 어떻게 보면 참 비정한 랠리다.
많은 사람들을 추월하고 빠른 속도로 내려가다가, 송전탑 부근에 닿으니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다시 잰 걸음으로 잠시 끌바하다가 내리쏘는데, 임도가 끝나고 싱글로 접어드는 지점에서 또 여러 사람이 모여 있다. 그들보다 먼저 가려는 욕심으로, “먼저 좀 갈게요.” 하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먼저 싱글로 접어드는데, 뒤에서, “어, 혹시 사내가요님 아닌가요?” 하고 묻는 소리가 들린다. 얼른 멈추어 뒤를 돌아보니, “저, 민수아빱니다. 길이 어딘지 몰라서 헤매고 있는 중입니다.” 하는 것이다. “저를 따라 오세요.” 하면서 열 명이 넘는 무리를 이끌고 산적 두목처럼 농은리 싱글 끝부분을 내려간다.
도고임도를 오르면서 뒤를 돌아보니 산 중턱에서는 하얀 운무가 짙은 녹음 위에서 깨끗하게 단장한 아가씨처럼 넘실넘실 피어오른다. 어찌나 상쾌한지 간장(肝腸)이 샤워라도 한 기분이다. 하얀 들꽃이 무리지어 피어있는 뒤로 마치 구름을 턱수염처럼 기른 아기자기한 산들이 이리 꿈틀거리고 저리 넘실거린다.
7시 58분, 임도삼거리에 도착하자 망설임 없이 곧바로 수철저수지로 내리닫는다. 바람과의 강렬한 키스가 느껴진다. 엄청 빠른 속도다. 그 짧은 구간에서 7~8명은 족히 추월한 것 같다.
탈해사 입구에는 마이클님과 보드맨이 기다리고 있다가 간식이나 물이라도 챙겨가라고 하는데, 가랑비가 내려서인지 목도 마르지 않고 간식도 잘 줄지 않는다.
“그냥 갈게요. 예산 운동장에서 봐요.”
바로 탈해사로 올라간다. 답사 때에는 다 타고 올라갔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끌바하는데 타고 가는 것보다 느린 것 같지 않다. 속도계를 보니 6Km를 오락가락한다. 여러 사람을 추월하고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탈해사에 도착한다.
물통을 가득 채우고 싱글로 접어든다. 발걸음이 가볍다. 앞에 가는 사람들이 자꾸 거추장스럽게 여겨진다. 그래도 실례가 될까 싶어 추월하지 못하다가 능선 무덤 옆을 지날 때 비로소 양해를 구하고 먼저 간다.
뒤에서 그 분들이 하는 소리가 잔향처럼 들려온다.
“우린 다운힐이 나와야 날아가지. 나이가 있어서인지 업힐은 젬병이야.”
나는 속으로, “흐, 다들 다운힐에서 강하다고 생각하는구나. 나도 그런데. 흐.” 하면서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크게 꺾여 침목계단을 오르며 용굴봉으로 진행한다. 뒤에 오던 라이더가 따라오지 않고 머뭇거리더니, “거기가 맞아요?” 하고 묻는다. “예, 맞아요. 그 쪽으로 내려가면 향천사예요. 랠리 코스는 이쪽으로 가는 게 맞아요.” 하고 친절하게 대답해 주지만, 그 라이더는 믿지 않는 눈치다. 영 쫓아오지 않고 머뭇거리다가 겨우 마음을 정했는지 뒤 따라오는 기척이 들리기 시작한다.
용굴봉 정상에서는 초코파이도 먹고 사진도 한 장 찍고 가려고 생각했지만, 서너 사람이 앞에 가고 있어서 내친 김에 그들마저 추월해 버리고 좀더 신나게 다운힐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밧줄 멜바 구간과 침목 구간에서 그들을 모두 추월한다. 비로소 앞에 아무도 없다. 꽤 긴 토성산까지의 능선을 오르내리는데, 대여섯 곳의 나무계단을 빼곤 막는 존재가 아무것도 없다. 속이 다 후련해진다.
드디어 마지막 2.8Km의 다운힐 구간이다. 사전답사 때에는 업힐에서 2곳, 다운힐에서 2~3번 내리고 다 타고 내려간 곳이다. 그 때의 기분으로 신나게 다운힐하는데, 속도는 사전답사 때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길의 험난함은 훨씬 심하게 느껴진다.
‘와우, 이렇게 길이 거칠었었나? 흐, 이런 곳을 어떻게 다 타고 내려갔었지? 많은 사람들이 끌바하겠구먼!’ 하면서도 앞샥이 울컥울컥하고 뒷바퀴가 미끈덩거리는 가운데 거의 모든 구간을 답사 때처럼 다 타고 내려간다. ‘아까의 그 다운힐러들은 다 타고 내려오려나?’ 하는 의구심도 고개를 쳐든다.
그런데 이상하다. 바퀴 자국이 거의 없다. 적어도 열 명은 내 앞에 지나갔을 텐데 바퀴자국은 많아야 서너 명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다. 불현듯 선두조에서 일부는 길을 잃고 향천사 쪽으로 빠졌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스치고 지나간다. 사전답사할 때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던 곳이다. 능선 갈림길 삼거리(사실상 사거리)에 표식기가 전혀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향천사로 내려가는 계곡길을 선택할 수 있는 곳이었다. 코스 설계자가 의도적으로 표식기를 달지 않았을 것이라는 어설픈 통박을 굴려 보았던 곳이기도 하다. 토성산 능선길을 선택하면 시간은 조금 더 걸리겠지만 다운힐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고 무릎이 받는 중압감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향천사 쪽으로 내려가면 시간은 단축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 끌거나 메고 내려가야 하며 따라서 무릎 관절에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그 두 가지 길 중에서 알아서 선택해 내려가시오.’ 하는 코스 설계자의 무언(無言)의 메시지를 느꼈던 곳이 바로 이 구간이다.
다운힐 마지막 구간에서 예산향교와 아파트 입구 갈림길에 도착한다. 원래 랠리코스인 왼쪽 길로 내려간다. 도로 합류 지점에는 진행요원이 의자에 앉아 방향을 지시해 주고 있다.
9시 47분, 애초 중식지점으로 계획했던 공설운동장에 도착하니 마이클님과 보드맨, 그리고 온아MTB의 몸빵님 외 여러 지원조 분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밥이 도착하지 않았다기에 먼저 빵을 먹는다. 보드맨은 내 잔차를 세차하고 체인오일도 칠해준다.
보드맨의 강력한 권유와 멈춘 가랑비의 유혹에 넘어가 월남치마로 아랫도리를 가리고 반바지로 갈아입는다. 내친 김에 윗도리도 반팔로 갈아입는다.
몸빵님이 주신 맥주 한 캔을 단숨에 들이킨다. 목이 마르지 않았음에도 맥주 맛이 견줄 것이 없다.
잠시 기다리니 부식을 실은 차량이 도착한다. 자리를 옮겨 소고기 미역국에 밥을 말아 순식간에 뚝딱 해치운다. 반찬이 김치밖에 없어 미안하다는 지원조의 말이 오히려 사치스럽게 들릴 만큼 미역국이 맛있다. 더 먹고 싶은 마음을 꾸욱 참고 바나나로 보충한 뒤,
마이클님에게, “우리 이젠 운곡에서 만나요. 거기까진 그냥 지원 없이 갑니다.” 하고 말하고, 10시 10분에 다시 출발한다.
한 1분쯤 갔나? 공설운동장을 막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한쪽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멈추고 고개를 돌리니 공주바이크의 유수형님, 불뫼형님, 동해님, 알통맨님의 반가운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다. 출발할 때 보지 못해 아쉬움이 컸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니 어찌나 반가운지, “와, 여기 계셨군요.” 하면서 잔차에서 내려 그들에게 뛰어간다.
“아침 먹고 가요.”
“이런, 저 방금 밥 먹고 출발하는 중이에요.”
“그럼 바나나라도...”
“아이구 너무 많이 먹었는데...”
“그럼 게토레이라도....”
“물통도 꽉 차 있어요.”
“그럼 주먹밥이라도...” 하더니 동해님과 알통맨님이 뭐라도 주고 싶어서 부식 차량을 뒤지신다.
“예, 그럼 주먹밥이나 한 개 주세요.”
호일에 예쁘게 싼 탁구공 같은 주먹밥 두 개와 오이 등을 가져오시는데, 주먹밥만 받아 배낭에 챙겨 넣고 얼른 인사하고 떠난다.
유수형님은, “여울이가 1등으로 지나갔어.” 하신다.
마이클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시 들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사내가요가 스무 번째쯤 되는 거 같아. 여울이가 지나간 건 2시간쯤 전이야. 파이팅!” 하고 격려해 주시는 유수형님과 불뫼형님의 흐뭇한 미소를 뒤로 하고 다시 잔차를 타고 달려나간다.
유구MTB에서 참가하신 분과 만나 대화를 나누며 대율리 임도를 오르다가 중턱에서 추월하고, 시원하고 경쾌한 임도 다운힐을 빠른 속도로 통과한다. 코스가 변경되어 앞산 싱글 구간이 빠지는 바람에 30분은 일찍 예당저수지에 도착한다. 답사 때에는 싱글 정상 무덤을 지나, 무한질주의 최초 라인을 따라서 터널 위를 지나, 축사로 내려갔다가, 무시무시하게 짖어대는 똥개와 한참을 실랑이하다가 간신히 마을 도로로 내려왔던 곳이다.
황계슈퍼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먹고 가자는 생각으로 도로 구간에서 좀더 속도를 내본다. 11시 10분, 몇 명을 추월해 황계슈퍼에 도착하니, 전혀 예상치 않은 상황에서 지원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한 시간만에 다시 보는 것임에도 어찌나 반가운지, “우리 다같이 아이스크림 먹읍시다.” 하고 보드맨을 끌고 황계슈퍼로 들어간다.
마이클님은,
“여울형님은 1등으로 이곳을 통화했다는데, 우리는 보지도 못했어요. 차타고 온 사람보다 자전거 타고 온 사람이 더 빠르니 원...” 하고 중계해 주신다.
나는, “여울형이 1등하면 공주에서 잔치라도 해야할 듯~~!” 하고 맞장구를 친다.
“수곡리에서 봤을 때 표정이 쌩쌩하더라구요. 어째 잘 달릴 거 같았어요.” 하는 마이클님의 말에 나는,
“힘으로는 하얀바퀴보다 못하지 않죠. 흐.” 하고 말하자,
“당연하죠. 하얀바퀴보다 나으면 낫지 결코 못하지 않죠. 흐." 하고 맞장구를 쳐주는 마이클님의 표정에는 여울형의 ‘말근육’을 떠올리고 있는 듯하다.
이번엔 정말로 운곡에서나 만나기로 하고 다시 출발한다.
신흥리에 도착할 때쯤 나도 슬그머니 허기끼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배가 고프다고 느끼면 이미 늦고, 목이 마르다고 느껴도 이미 늦은 것’
이것이 봄비님의 랠리 철칙이다. 먹고 마시는 것은 항상 먹고 싶다고 느끼거나 마시고 싶다고 느끼기 직전에 먹고 마셔야 한다는 봄비님의 지론이 생각난다.
나는 신흥리 야산 싱글 직전, 가랑비가 내리는 양지 바른 무덤가에서 풀꽃들에게 물비료도 조금 뿌려주고, 신선한 신흥리 야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면서 알통맨님이 배낭에 넣어준 주먹밥을 꺼내 먹는데, 와아~~!! 맛이 정말이지 환상이다. 여울형이 언젠가 ‘간식으로는 주먹밥이 최고’라고 말했는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그 말이 사실임을 느낀다. 쫀득쫀득한 밥에 몇 가지 야채를 잘게 썰어넣고 참기름과 부순 김을 비벼 탁구공처럼 꾹꾹 주물러 호일로 감싼 것이 먹기도 편하고, 맛은 그야말로 일품일 뿐 아니라 목도 마르지 않은 것이, 왜 몇 개 더 달라고 해서 넣어오지 않았을까 후회될 만큼 기똥차다.
몇 명의 참가자들이 올라오더니 “여기는 쉬어가는 분위긴데, 우리도 쉬었다 가자.” 한다.
길을 아느냐고 묻길래, “잘 안다.”고 했더니, 다들 내 뒤를 따라온다. 길 찾기에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답사하지 않은 참가자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정말로 옳은 길인지 확신이 없는 것이다.
옳은 길을 걷고 있으면서도 불안해하는 현실, 그것이 랠리의 역설이다.
12시 31분, 신흥리 야산 싱글 정상에 도착한다. 이제부터가 내가 예상한 첫 번째 고비의 시작이다. 많은 참가자들이 이곳을 지나면서 1차로 걸러질 것이다. 오전에 농은리 싱글과 용굴봉, 토성산 싱글을 지나면서 경직되기 시작한 다리 근육이 이곳 백월산 임도와 관산지 임도를 지나면서 말썽을 부릴 수 있을 것이다. 대략 50여명은 이곳을 지나면서 랠리를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곳.
주먹밥의 효과일까? 백월산을 오르는데 생각보다는 발걸음이 가볍다. 업힐에서 비록 세 명에게 추월당하기는 했지만 힘을 비축할 필요가 있는 곳이라 무리하지 않고 내 속도를 지켜 올라간다. 1시 11분, 백월산 임도 정상에 도착한다. 신흥리 야산 싱글 정상부터 딱 40분이 걸렸다. 괜찮은 속도다.
가덕리로 내려가는데 마이클님과 알통맨님 등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비가 내리는데다가 통화품질이 나빠서 잘 알아듣지 못하겠는데, 대충 ‘운곡’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만 들 뿐이다.
다시 관산지를 옆으로 돌아 백월산보다 거친 임도를 걸어오른다. 임도 초입에 계곡물이 불어 시멘트 다리 위로 물이 흘러내려간다. 송탄MTB의 정병근(늘푸른소나무)님을 만난다.
“여긴 세차장이네.” 같이 웃으면서 잔차를 깨끗이 씻고, 정병근님의 체인에 가지고 간 습식 오일을 듬뿍 칠한 뒤, 내 잔차에도 기름을 먹인다.
정병근님, 힘이 어찌나 좋은지 따라가기 힘들어 먼저 가시라고 보내고 내 속도에 맞추어 걸어올라가, 2시 20분, 임도 정상에 도착한다. 백월산 정상부터 가덕리를 거쳐 관산지임도 정상까지 오는데 1시간 10분이 걸렸다. 나쁘지 않은 속도다.
좋은 임도로 합류하여, 용문암 삼거리를 지나고, 마지막 업힐을 끝내고, 드디어 운곡으로 다운힐한다. 마이클님이 운곡면사무소에서 기다리겠다고 전화했기 때문에 거침없이 그곳으로 직행한다.
3시 35분, 운곡면사무소에 도착해 두리번거려보지만 지원조가 보이지 않는다. 4646번호판을 가진 차량도 보이지 않는다. 그 때, 몇 개월 전에 함께 오봉산 능선을 함께 달렸던 붕붕님이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더니, “코스는 여기가 아닌데요.” 한다.
나는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다가 찾기를 포기하고, ‘에라 모르겠다. 밥이나 먹고 가자.’ 하는 생각에, 식당이 몰려 있는 곳으로 다리를 건너가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라이딩 중에 유난히 짜장면을 좋아하는 봄비님이 생각나서, ‘그래, 나도 짜장면이나 먹고 가자.’고 결정하고 중국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전화가 온다. 임도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런데 쳐다보지도 않고 쌩~~ 달려가는데, 보드맨이 자전거를 타고 나를 부르려고 쫓아오다가 포기했단다.
운곡에서 짜장면 곱빼기를 배부르게 먹는데, 앉았던 자리가 너무나 더러워져서 주인아주머니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걸레를 찾으려고 여기저기를 뒤져보지만 마땅치 않다. 결국 장갑으로 쓱쓱 문질러 닦고, 자리를 더럽게 만들어 죄송하다고 말하고, 밖으로 나와 오늘의 마지막 장비를 꾸린다.
운곡 다음 구간부터는 사실상 지원이 어려웠기 때문에 미리 야간용 라이트와 배터리와 고어텍스 방풍자켓과 초코파이를 배낭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기 때문에 긴바지와 긴팔 셔츠로 갈아입는다.
4시에 운곡면사무소를 출발해 신대리로 향한다. 그런데 저 앞에 봄비님과 하얀바퀴가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하는 게 아닌가. 나도 어찌나 기분 좋고 반갑던지.
“와우, 오신다더니 정말 여기까지 오셨네. 반가워요.” 하고 인사를 건넨다.
신양에서 여울형을 만나보고 바로 운곡으로 넘어온 것이다. 여울형은 신양에서 4등으로 통과했단다.
봄비님은 내 사진을 몇 장 찍더니, “괜찮아요? 뭐 쌩쌩해 보이네. 걱정 안 해도 되겠어.” 한다. 나도 봄비님을 보고 씨익~ 웃으면서, “아주 좋아요. 랠리 끝나고 봐요.”하고 말하고, 다시 출발한다.
신대리 임도는 내가 예상한 두 번째 고비 구간이다. 운곡까지 어렵게 온 사람 중에서 일부 참가자는 은근히 힘든 이 신대리 임도에서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있다. 오르내리막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지만, 잔 오르막이 많고, 특히 쉬운 구간으로 착각한 참가자들의 라이딩 의지를 갉아먹기에 매우 효과적(?)인 매력을 지닌 곳이다. 그리고 갈수록 길이 험해져서, 중간 부분에는 잡풀이 키를 넘고, 힘든 구간이 끝났다 싶은 곳에 이르러서도 길지는 않지만 자갈길 오르내리막이 계속 이어져 일부 참가자들로 하여금 더욱 맥빠지게 만들 수도 있는 곳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비가 많이 내리면 혹시 늪지대가 되지는 않을까 염려했던 곳이 모두 잔차를 타고 쉽게 갈 수 있는 단단한 땅이다. 어지간한 곳은 전부 타고 가는 것이 이곳에서는 유리하다. 내리면 풀과의 전쟁이 시작되므로 내릴 일이 없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여래미리로 향한다.
신대리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아스팔트 도로로 내려와 신나게 달려가는데, 느닷없이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보드맨의 목소리다. 차양이 설치되어 있어 비를 피할 수 있는 버스 승강장 벤치에 베이스캠프를 차려놓고, 컵라면을 안주로 시바스 리걸과 맥주를 마시고 있다.
온아MTB 지원조로 나오신 분께서 막 먹으려고 익혀놓은 컵라면을 나에게 먼저 내민다. 어찌나 먹음직스러운지 염치고 뭐고 없다. 일단 받아서 컵라면을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먹어치운다. 그리고 시바스 리걸도 한 잔 따라 마시고, 다시 출발한다.
“이젠 내문리 숙소에서 봐요. 해 지기 전에 하천리 싱글 멜바 구간을 통과해야겠어요.”
여래미리를 지나고, 하천리로 접어들어, 새로 조성된 저수지길을 지나고, 임도를 오르는데 술기운 때문인지 전혀 힘이 들지 않는다. 5시 30분도 채 안 되어 멜바 구간에 도착한다. 약간 미끄럽긴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지 않아서인지 답사 때보다도 더 쉽게 올라간다. 문제는 내려가는 길, 임도 합류 지점이 완전히 미끄럼틀이 되어 있다. 그냥 엉덩이를 땅에 깔고 내려가면 좋을 곳이다. 하지만 신사 체면에 그럴 수는 없는 일. 덜 미끄러운 옆길을 골라 밟으면서 간신히 미끄러지지 않고 내려온다. 그래도 신발은 진창에 빠져 거의 발목까지 진흙투성이다.
3~4분 내려가자 도랑물이 흐르는 곳에 이른다. 잔차와 함께 물속으로 풍덩 빠져 이리저리 다리를 흔들어댄다. 순식간에 깨끗해진다.
다시 속도를 붙여 추계리로 향한다.
6시 13분, 추계리 입구, 용곡동으로 올라가는 마을 입구에서 진행요원이 나에게 12등이라고 말하면서 파이팅을 외친다. 1분도 안되어 한 명을 추월하니 이젠 11등인 셈이다. 속에서는 작은 욕심이 꿈틀거린다. 내문리에서 자지 말고 바로 출발하면 30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 11등이라면 선두조 4명을 제외하면 나보다 빨리 도착할 참가자는 많아야 두 명 정도밖에 없게 될 것이니 잘하면 5~6등, 못해도 8등 안엔 들 것 같다. 어쩔꺼나? 자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보드맨에게도 30시간 안에 도착하고 싶은 작은 욕심을 예산운동장에서 슬쩍 흘렸었는데, 그냥 계속 달려볼까? .... 말까?
2.7Km의 용곡동 업힐을 중반부 이후는 대부분 끌바로 오른 후에, 고갯마루부터 구계2리 마을회관까지 내려쏘는데 비는 억수로 내리고 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니, 한순간에 추위가 몰려온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추위다. 잠시 멈추고 배낭에서 방풍자켓을 하나 더 꺼내 입는다. 지금 윗도리는 3개를 입고 있다. 네파 긴팔 저지에 방풍 조끼에 방풍 자켓까지. 그런데도 추워서 온몸이 떨린다.
6시 48분, 구계2리 마을회관에 도착한다. 지금 바로 출발하면 해지기 전에 국사봉 싱글을 넘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내 자신이 지원조를 찾고 있는 중이다. 아, 따뜻한 국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도착하지 않았나? 왜 안 보이지? 그냥 커피라도 한 잔 마시고 가면 좋겠는데! 지원조를 찾느라 이곳저곳을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 시간만 흘러가고, 추위는 더욱 심해지고,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출발하는 거였는데,... 그랬으면 오히려 덜 추웠을 텐데.... 후회하는 마음까지 든다. 인생은 후회하기 시작하면 지는 거다. 그 때부터 인생의 다운힐이 시작된다. 조심해야지.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다보니 몸은 더욱 추워진다. 진작 출발하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 막심이다. 이젠 추워서도 출발할 수 없다. 일단 간식이라도 먹고, 배낭에 있는 고어텍스 방풍자켓도 마저 입고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머리의 어느 곳에서인가, 갑자기 마누라의 얼굴이 떠오르더니, 느닷없이 나에게 반박하기 쉽지 않은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한다.
“아니, 지금 이렇게 추운데, 숙소에서 자지도 않고 무리해서 계속 간다는 게 말이 돼요? 30시간 이내 주파가 그렇게까지 해야 할 만한 무슨 크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 건가요? 지금 그 나이에, 50이 넘어서, 비바람이 몰아치는 혹독한 날씨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몸에 무리해 가면서 밤새 달릴 만한 가치가 있는 거냐구요!”
마음속에는 이젠 내 목소리까지 가세해 나를 코너에 몰아넣기라도 할 듯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정말로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무리해서 간다고 1,2등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껏 ‘10위 안에 들기’, 그리고 ‘30시간 이내 주파’인데. 지금의 내 체력이 여울형이나 하얀바퀴처럼 별 무리 없이 밤새워 갈 수 있을 정도의 괴물 체력도 아니고. 무리해서 달리고 나면 보나마나 그 후유증이 한 달이 갈지, 두 달이 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그러한 나의 작고 치기어린 승부욕을 자제하지 못함으로서 ‘80살까지 건강하게 자전거 타고 싶은’ 내 자전거 생활의 크나큰 최종 목표가 이루어지기 어렵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그래, 자고 가자. 무리하지 말고 내문리 숙소에서 푹 쉬었다가 내일 아침에 출발하자!”
그렇게 생각을 굳히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허락도 구하지 않고 무조건 마을회관의 빈 방으로 들어간다. 상황이 상황이라서 그런지 저절로 뻔뻔해진다. 옆방에서는 지원조로 보이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왁자지껄 웃고 떠들고 있다. 세상 부러울 게 없는 사람들이다. 흐.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 방에 마이클님이 있었단다. 이룬 된장~~!!)
방에는 먼저 오신 분이 비바람을 피하고 있다. 어, 그런데 그 분, 관산지 임도에서 함께 세차하고 올랐던 바로 그 정병근님이다.
초코파이와 바나나를 먹고, 정병근님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 분도 지원조가 있지만, 혼자 너무 빨리 달려오다 보니 일행과 떨어져 결국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되었단다. 다른 곳과 달리 이곳이야말로 꼭 지원이 필요한 곳인데, 정병근님이나 나나 똑같이 ‘지원조여 안녕~~!!’ 하고 있으니, 그 꼴이란~~~~!! 더욱 쓸쓸하고 처량한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서 마이클님에게, ‘숙소에서나 만나요!’ 하고 말한 것을, ‘구계2리 마을회관에서는 꼭 지원해 줘야 해요!’라는 말로 바꾸고 싶을 뿐이다.
그 때 군산에서 활동하고 계신, 해병 전우회 회장쯤 되어 보이는 복장과 모습을 지니신, 닉네임 ‘끌바’님이 의약구 상자를 들고 방안으로 들어오더니, 정병근님과 아는체를 하신다. 두 분은 친분이 있는 모양이다. 얼핏 보기에도 두 분 다 MTB계의 관록이 느껴지는데, 끌바님은 다짜고짜 스프레이 파스를 꺼내더니, 정병근님의 무릎과 내 무릎에 파스를 뿌려주신다. 정말 고맙고 선견지명이 있으신 분이다. 너무나 추워서 근육이 뻣뻣해지려던 참이었는데, 파스를 뿌려주니 한결 기분이 좋고 무릎의 느낌이 산뜻해진다.
40분 이상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비바람은 갈수록 세지고 있다. 아무래도 태풍 메아리의 울림이 본격적으로 이곳까지 전해지나 보다. 마을회관에 도착했을 때에는 밝은 저녁이었는데, 어느덧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겠다.
정병근님과 함께 유구임도와 오늘의 최대 난코스인 국사봉 싱글을 넘기로 하고, 함께 밖으로 나오니 시베리아 벌판이 따로 없다. 고어텍스 방풍자켓을 포함해 윗옷을 4개나 껴입었건만 추위로 피부에 닭살이 돋는 기분이다. 일단 움직여서 땀을 내야겠다. 이럴 때는 업힐이 반갑다. 정병근님은 아직도 힘이 많이 남아도는 것 같다. 업힐에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먼저 고갯마루에 도착하면 기다려 주기를 대여섯 번쯤 하니 유구임도 마지막 정상이다.
8시 28분, 드디어 동해3거리 부근, 도로 합류지점에 도착한다.
비가 주적주적 내리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가운데 여성 진행요원 한 분이 차안에서, “조심하세요!” 하며 인사한다.
꾸역꾸역 기어오른다. 답사 때에는 국사봉 정상까지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올라갔는데, 오늘은 국사봉이 너무 높다. 거친 임도를 올라 국사봉 능선에 도착한다. 바람은 갈수록 세차다. 능선을 때리는 바람 소리가, 어디 백정놈이 죄수의 목을 치기 위해 숫돌에 썩썩~~! 칼을 갈아대는 소리처럼 매섭게 들린다. 백정의 칼바람 소리다! 국사봉 정상으로 오르는 싱글에 이르자 힘이 장사이신 정병근님도 몹시 힘드신 눈치다. 우연히도 우린 51세로 동갑네다. 유구임도에서는 내가 정병근님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는데, 싱글 업힐에서는 상황이 바뀐다. 미끄러운 급경사 싱글길은 힘 좋은 정병근님의 근육에 ‘조금만 살살 가달라고’ 애걸하고 있다. 우린 두런두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능선을 후려치는 칼바람 소리를 아기 달래듯 구슬리는 기분으로, 때론 웃기도 하고 때론 미끄러져 ‘어엇~!’ 하는 비명도 지르면서 그렇게 앞으로 전진한다.
“조금만 가면 정상 바위가 나올 겁니다.”
이 말을 세 번쯤 반복했을 때, 진짜 국사봉 정상의 멋들어진 바위가 보인다. 확실히 비바람으로 인해 길이 엿가락처럼 두 세배 쯤 늘어난 기분이다. 능선에 올라붙기까지의 거친 길을 빼고, 완전한 싱글만 정확히 3.8km인데, 이제 겨우 900m 올라왔으니, 엿가락처럼 늘어난 남은 2.9km를 언제 다 가나? 게다가 마지막 내문리 임도로 내려가는 급경사 다운힐 구간은 완전히 미끄럼틀이 되어 있을 텐데....! 아, 아는 것이 병이다. 평탄한 길을 내려가면서도 곧 닥칠 힘든 길을 걱정하고 있는 이 마음!
그런데 싱글 업힐에서는 힘든 기색이 역력했던 정병근님, 다운힐에 이르자 또 상황이 바뀐다. ‘이젠 바이키안 다된’ 나도 미끄러운 다운힐 구간에서 ‘어~ 어~!’ 하며 겨우 내려가거나, 결국 멈추어 서는데, 정병근님, 닉네임 늘푸른소나무님은 너무 부드럽게 내려오신다.
능선 중간쯤 오자 나는 짜증이 나서, “에이, 난 그냥 끌바할래요.” 하고 말하면서 걸어간다. 한결 편안하고 오히려 속도도 더 빠른 것 같다.
정병근님은 “요상한 음식만 먹어서 그런지 속이 안 좋아.” 하신다. 결국 그 칼바람 속에서, 젖은 나뭇잎과 스킨십하며, 속 시원하게, 자연과 하나가 된다.
그리고 10분쯤 진행하다가, “우리 뭐 좀 먹고 갑시다.” 하시면서 배낭을 뒤적이시는데, 바나나와 육포를 비롯해 맛좋은 간식이 많기도 하다. 나는 초코파이 두 개를 뚝딱 해치우고, 정병근님의 육포를 아주 많이 아그작아그작 먹어버린다. 육포의 단물이 바로 세포로 흡수되는 느낌이다.
드디어 갈림길 도착. 길을 막아놓은 나무가 답사 때보다도 적다. 혹 참가자 중 몇 명은 ‘막아놓은 나무가 아니라 쓰러진 나무’로 착각하고 엉뚱하게 직진할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나무를 주워다가 제대로 길을 막아놓고 내려가고 싶다. 하지만 힘이 달려 귀찮다. 약간의 착한 고민은 곧, ‘그래, 알아서 다들 잘 가겠지, 뭐.’ 하는 게으른 생각으로 변질되고, 결국 그냥 우회전하여 다운힐로 진입한다.
‘아, 정말 가기 싫은 길이다.’
급경사 능선을 트래버스하는 처음 구간은 왕짜증이다. 한 뼘밖에 되지 않는 좁아터진 길이 먼저 간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뭉개져 불안하고 미끄러운 가운데, 애마(愛馬)조차 커다란 장애물이 되어 내 뜻을 거스른다.
내 뒤에 오던 정병근님은,
“서울에서 살아오신 모양이네요. 난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이런 길이 전혀 미끄럽게 여겨지지 않는데... 그냥 퍽퍽~~!! 걸어가면 되는데....!” 하고 놀려댄다.
나는,
“흐, 포크레인을 운전하신다더니, 역시 이런 진창 산길엔 엄청 익숙하시네요.” 하고 말을 받는다.
“내 마누라도 자전거를 타는데, 그게 아주 잘 타요. 작년엔 함께 랠리에 참가했는데... 함께 참가하다 보니 생각보다 힘든 게 많더라구. 완주하기가 쉽지도 않고.... 올해는 나 혼자 참가하기로 하고, 마누라는 지원조로 나왔는데, 휴~~, 정말 잘한 거 같애. 같이 왔으면 완주 못했을 거야.”
“올해는 여자들이 완주하기에 좀 어려울 거 같죠? 어쩌면 한 명도 없을지 모르겠어요.”
급경사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답사 때에는 80% 정도 미끄러지며 타고 내려갔던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타고 내려갈 엄두는커녕, 걸어 내려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랴, 싫어도 가야 하는 걸. 나는 앞에 간 참가자들이 밟지 않은 옆길만 골라 조심스럽게 밟으면서 내려가는데, 정병근님은 어느 순간 나를 앞지르시더니,
“이런 미끄럼틀은 뒷꿈치로 이렇게 쭈우욱~~~ 쭈우욱~~~ 미끄러지면서 내려가면 쉬워요.” 하고 방법을 알려주면서 정말로 너무나 쉽게 쭈우욱~~~ 내려가신다. 그런 어느 순간, “아이쿠~~!! 나도 미끄러져 넘어졌네, 크.” 하는 말이 들리는데,
나는, “거 봐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니까요.” 하고 말하며 동류의식으로 싱글벙글거린다.
어쨌든 다운힐에 엄청 강하실 것 같은 분이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그래도 국가대표와 함께 다운힐하며 배운 가닥이 있어서, 기본은 틈실하다구요.”
“와, 역시, 뭔가가 있었군요. 흐."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꽤 쉽게 내문리 임도에 합류한다. 마지막 2m 정도의 절벽 미끄럼틀에서도 둘의 힘을 합치니 한결 쉬워진다. 정병근님이 먼저 내려가서 잔차를 받아주니 너무나 수월하게 난코스를 통과한다. 하지만 잔차와 신발과 옷은 진흙에 범벅이 되어버린다.
흘러내리는 빗물을 찾아 옷과 신발을 씻고 있는데, 한 쌍의 참가자가 마지막 미끄럼틀 구간을 내려오고 있다. (온아MTB의 여성라이더 ‘허니’님이다.)
정병근님의 배터리가 바닥이 나서 내 라이트 하나만으로 내문리 임도를 지나야 한다. 우리는 천천히 이런저런 직업 이야기와 인생 이야기와 MTB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느 사이 친구가 되어 간다.
드디어 11시 10분, 내문리 도로에 합류한다.
“와, 드뎌, 울 남편이네!”
밤이지만 예쁘장한 모습의 한 여성이 정병근님을 두 손을 마주 잡으며 반긴다. 정병근님은 마누라에게 나를 소개하시더니,
“우리 내일도 같이 라이딩합시다. 언제 출발할 건가요?” 하고 씩씩하고 정감넘치게 말씀하신다.
“저는 4시 30분에 출발할 생각인데요.”
“그 시간이면 충분하겠죠?”
“예, 내 예상대로라면 4시 30분에 출발해도 충분히 컷오프 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어요.”
“하여튼 푹 쉬시고.... 내일 봅시다.”
11시 20분,
정병근님과의 매서운 날씨 속에서의 행복한 라이딩을 마치고 내문리 숙소에 도착하니, 아, 너무너무 반갑고 고맙게도 단테형님과 토니형이 나를 반겨주신다.
“어, 형님, 어떻게 여기까지!”
“당연히 와 봐야지.”
“그래도, 이 비바람 몰아치는 밤중에....”
“뭔 소리를, 당연히 와 봐야지.”
그 ‘당연히’ 소리가 충분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단어임에도, 자주 함께 라이딩한 토니형이 하는 말은 왜 그런지 조금도 부담스럽지 않게 들린다. 그저 반가운 생각만 가득하다. 이럴 때는 꼭 백마고지 전투를 함께 치른 전우같은 생각도 든다. 앞으로 바이키안의 모든 회원들과 토니형이나 단테형님과 같이 ‘당연히’라는 단어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그런 형제같은 관계로 발전하고 싶다.
보드맨은 내 잔차를 받아 정비하러 가져가고, 마이클님은 “생각보다 엄청 오래 걸렸죠? 다들 조금씩 늦어질 것 같아요.” 하고 걱정스러운 말을 하는 가운데, 나는 신발과 옷의 진흙을 씻기 위해 수돗가로 가고, 단테형님과 토니형은 내 배낭을 빼앗듯이 받아 씻어주고, 국사봉 싱글 구간에서의 악전고투를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대는 내 말을 흥미진진하게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주시고, 허니님의 대단한 체력, 담력, 열정 등에 대한 찬사도 이어지고, 여전히 비가 내리는 어수선한 가운데 화롯불을 둘러싸고 모인 대가족처럼 방으로 들어가 둥그렇게 모여 앉는다.
힘든 랠리의 한 토막을 언어로 엮어내니 랠리의 긴장감이 방을 짓누르는 듯, 비바람과 태풍과 거친 산(山)은 신화(神話) 속의 인물로 둔갑한다. 잠시 후 토니형은 내 바지를 인정사정없이 빼앗아 세탁하러 다녀오시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빼서 방바닥에 널어 말리시고, 나는 다인님 용으로 남겨놓은 시바스 리걸을 훔치듯 마이클님으로부터 한 모금 얻어 마시고, 빵도 하나 먹고, 잠시 신화로 전환되고 있는 랠리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얼갈이 배추국에 말아 밥도 한 그릇 해치우고, 다시 방에 들어와 두런두런 오늘의 라이딩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하고, 이야기는 상상 속에서 우리들 가슴을 모험으로 가득 찬 ‘험난한 신세계’로 이끌고, 밤 12시 30분경에 단테형님, 토니형과 헤어져, 1시쯤 눈을 붙이고 겨우 잠이 든다.
5. 둘째날 : 마지막 스퍼트
3시 30분경부터 계속해서 눈을 뜬다. 그 때 막 도착한 여러 명의 온아MTB 회원들이 부산하게 방문을 열고 닫으며 1분도 눈을 붙이지 못한 채 허겁지겁 밥을 먹고 다시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다. 밤을 새워 그 거칠고 험한 산길을 달려와서, 밥만 먹고 바로 다시 출발이라니!
나는 일어났다 누웠다 하기를 서너 번 반복하다가, 4시 정각에 정식으로 나 자신에게 기상 싸이렌을 울린다. 내 개인용품 박스에서 멘소래담을 꺼내 무릎을 가볍게 맛사지한 후, 젖은 옷을 주섬주섬 주워입는다. 서늘한 촉감에 피부가 바짝 쫄아붙는다.
순식간에 준비를 마쳤는지 온아MTB 회원님들은 4시 20분쯤 다 출발하고 있다. 나는 그저 온갖 짐들이 여기저기 섞여 난장판이 되어 있는 방 안에서 배터리 찾기에만 몰두해 있어, 물도 받지 못하고, 간식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헬멧은 어디에 뒀지? 어, 장갑도 안 보이네, 크, 두건도 없어졌네.... 내 물건 찾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4시 25분, 쫓기듯, 정신없이, 장갑도 끼지 못하고, 어떨결에 마이클님과 보드맨에게 출발 신고식을 어설프게 마치고 먼저 출발한 온아MTB 회원들을 쫓아가기 위해, 어수선하기 짝이 없게 출발한다. 내 태어나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만 2년 동안 이렇게 정신없이 출발해 보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비는 주적주적 내리고, 새벽 공기는 차갑기 그지없는데, 월가리까지의 내리막길이 아직도 황망하기만하다.
내려오며 <늘푸른솔가든>을 바라보니 지원 차량들로 그 넓은 주차장이 꽉 차 있다. 천만다행한 일이다. 우리 바이키안이 랠리에 정상적으로 전원 참가했다면, 어젯밤에는 이곳에서 쉬었을 것이다. 숙박비도 받지 않고, 가장 큰 방을 몽땅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새벽에 밥도 해주시겠다고 하셨는데, 결국 내가 약속을 깬 꼴이라 사장님에게 무척 미안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손님들이 찾아들었으니, 어찌 다행한 일이 아니리오.
무성산 임도 입구에 도착하여 온아MTB 회원들의 뒤를 따라 천천히 오르는데, 갑자기 ‘꾸르륵~~’ 하며 배가 허기진 노래를 부르고 있다. 배가 고프니 맥이 풀리고 다리에 힘이 빠진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출발해본 적이 없는 내 배가 이 느닷없는 출발 상황에 미처 적응이 안 된 모양이다. 안 되겠다. 어떻게든 배부터 다스리고 볼 일이다. 온아MTB 회원들과 떨어져 잔차를 길옆에 누이고 배낭을 뒤져 초코파이 2개를 꺼내 먹는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물도 떠오지 못한 상황이라, 어제 남긴 물 조금으로 목메임을 달랜다. 그리고 소금사탕을 꺼내 입에 물고 다시 출발하는데,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출발한지 1시간이 지나고, 날이 밝은 5시 28분에 무성산 임도 정상에 도착한다. 너무 늦어진 기분이다. 쌍달리로 내려가는 다운힐에 속도를 좀 붙여본다.
예정대로 어젯밤 국사봉 싱글을 무사히 넘었다면 공주금강MTB 회원들은 쌍달리 마을회관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을 것이다. 그런데 마을회관 앞에 있는 수도가 잠겨있는 것이 어째 어젯밤 묵었다 간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지원조의 흔적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국사봉을 넘지 못했을 가능성이 느껴지면서 마음이 좀 쓸쓸해진다. 작년에 함께 정선 280랠리를 완주한 소이형님이 올해는 교통사고 후유증과 허리 통증으로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신 모양이다.
수도가 잠겨있는 바람에 물을 받지 못하고 운궁리로 내려가서야 겨우 물통을 가득 채운다.
장원리 입구에 도착하니 어느새 지원조가 와서 기다리고 있다.
덕분에 컵라면과 김밥도 먹고, 바나나도 2개나 먹는다. 후식으로 커피까지 마시니 한결 몸이 따뜻해지고 힘이 나기 시작한다. 늦게 도착한 바람에 뒤늦게 출발하려는데 GT맨님의 타이어가 펑크다. 길을 잘 모른다기에, 오늘 새벽에 도착하여 지프차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이제 막 일어난 바라기님과 셋이서 함께 가달라고 부탁해서, 잠시 또 휴식을 취한다.
14도 경사의 장원고개를 올라가니 6시 7분이다.
신나게 다운힐하여 가산리를 지나 태산리 임도를 오른다. 가산리 마을길에서 길을 찾지 못해 헤매던 한 참가자는 우리 뒤만 졸졸 따라온다. 태산리 임도에서도 두 명의 참가자가 길을 찾는데 자신이 없는지 우리 팀을 따라오고 있다. 기룡리 임도에서는 온아MTB의 촌사람님까지 합류하니, 여섯 명이 넘는 분대 급의 대오가 형성된다. 바라기님은 나에게, ‘다운힐을 어쩜 그리 잘하실 수 있느냐’고 부러워하고, ‘페달링도 너무 좋다’고 칭찬한다. 흐,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나도 바이키안 다 된 게 확실하다.
7시 51분, 조식지점인 고북저수지에 도착한다. 그런데 먼저 도착한 온아MTB회원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분명 시간상 아침을 먹고 있어야 할 텐데.... 우리가 그렇게 늦게 도착했나?
그 때 마이클님이,
“다인이, 이렇게 가다가는 컷오프 시간 안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하던데요. 너무 늦었다고... 그래서 바로 그냥 출발했어요. 사내가요님도 서둘러야 하지 않겠어요?” 하고 말하면서 불안해하신다.
“걱정하지 마세요. 컷오프에 걸릴 일은 없어요. 하지만 불안해하시니 바로 출발하죠 뭐.”
나는 조금 빠른 속도로 소고기 미역국에 밥을 말아 한 그릇 해치우고, 바나나도 먹고, 마이클님이 더 챙겨 주시는 김밥과 바나나 2개를 배낭에 집어넣고,
“그럼 나 먼저 갑니다.” 하면서, 바라기님을 뒤에 남겨 놓고, 8시 3분에 서둘러 출발한다.
28km 정도의 속도로 도로를 질주한다. ‘저렇게 힘들게 지원해 주었는데, 혹시라도 완주하지 못하면 절대 안 되지!’ 하는 생각에, ‘그래, 이제부턴 스퍼트하자.’고 마음먹는다. 5분도 채 안 되어 먼저 출발한 GT맨님과 촌사람님을 추월한다. GT맨은 작년 제천 랠리에서 봄비, 하얀바퀴 등과 한 조를 이루어 1등한 라이더인데, 부상 후유증으로 지금은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 한다.
어쨌거나 전의임도로 접어들어, 6km정도의 끌바 속도로 업힐하고, 신나게 다운힐하며 양곡리로 내려가는 임도 갈림길에 도착하니 정각 9시다. 거의 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랠리인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속도다.
양곡리 노인회관에서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다시 출발해 금사리 임도를 오른다. 앞에 가고 있는 한 참가자는 끝까지 끌바를 하지 않고 타고 올라간다. 그런데 끌바로 오르는 나와의 거리가 갈수록 좁혀들더니, 결국은 나에게 추월당하고 만다. 끌바가 더 빠를 수 있음을 확실하게 확인한다. 금사리 임도 상단부의 평범한 업힐 부근에서 탄력을 받아 신나게 달려가던 중에 마침 쉬고 있는 다인님 일행과 마주친다. 얼른 잔차에서 내려 인사하고, 먼저 출발한다.
원덕리로 내려가는 계곡물이 불어 일부 도로가 물속에 잠겨있다. 임시로 그어놓은 280랠리 화살표를 따라 돌아내려간다.
계곡물에 옷과 자전거를 깨끗이 씻고, 10시 정각, 원덕리 도로 합류 지점에 도착하자, 반가운 지원조가 기다리고 있다. 마이클님과 보드맨은 보이지 않지만, 이젠 얼굴이 익숙해진 온아의 지원조분들이 나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주신다. 포카리를 한 캔 마시고, 바나나도 먹고, 캔커피도 한 잔 마시고, 즉석에서 요리해 주신 계란 후라이도 2개나 먹고,
“다인님 일행도 2,3분 후면 도착할 겁니다.” 하고 말해주어, 계속해서 계란 후라이를 부치게 하고, 다인님 일행이 도착해서 먹기 시작할 때, 나부터 먼저 출발한다.
10시 56분, 태봉산 동쪽 임도를 가볍게 넘어가 대덕리에 도착한다. 머리에 완벽하게 들어있는 GPS를 따라 드디어 태봉산 서쪽 임도로 접어든다. 그런데 마을회관 앞에 있는 랠리 진행 화살표를 끝으로 화살표나 표식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답사 때에도 그랬는데, 랠리 당일에도 아무런 표시가 없다. ‘태봉산 주인이 강력하게 임도 사용을 거부한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이 부근에서 긴가민가 불안해하다가 헤맬 참가자들도 꽤 있겠군.’ 하는 생각이 번뜩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어쨌거나 1.5km의 완벽한 빨래판을 시속 5km가 넘는 속도로 꾸역꾸역 기어오른다. 처음에는 앞뒤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는데, 임도 정상 부근에서 2명을 추월한다.
보산원리로 향하는 거친 돌탱이 길을 짜릿하게 내리쏜다. 워낙 울퉁불퉁해서 팔다리의 근육이 전동마사지 기계로 한 20분간 두들겨 놓은 듯 찌릿찌릿하다.
11시 49분, 도로를 건너고 마을 다리를 건너 마지막 지원지점인 보산원 큰 다리에 도착하니, 마이클님이 손을 흔들며 반겨주신다. 이제 막 끓인 오뎅국을 두 그릇 비우고 출발한다. 이젠 마지막 20km가 남아있을 뿐이다.
마이클님이, “한 2시간 걸리겠죠?” 하고 묻길래 나는, “1시간 반이면 충분하겠죠?” 하고 대답한다.
“다인도 1시간 반으로 말하던데....” 하고 뒤끝을 흐리는 마이클님은, ‘남은 20km를 1시간 반에 주파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하고 말하고 싶어 하는 눈치다.
온아의 지원조 분이, “다인님은 언제쯤 도착하실까요?” 하고 물어
“글쎄요, 한 10분쯤 뒤에는 오지 않을까요?” 하고 대답하는데, 몸빵님이,
“우리 이제 철수합시다. 1등 이외에는 아무런 지원도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줘야 해요. 흐흐.” 하고 말씀하신다. 나는 왠지 좀 미안한 생각이 든다.
10분쯤 쉬면서 오뎅국을 맛있게 먹고 다시 출발한다. 이제 남은 거리는 20km. 걸어가도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런데 어젯밤 푸욱 쉬어서 그런지 오늘은 힘이 별로 들지 않는다. 마지막 스퍼트를 해야겠다. 도로를 따라 보산원 고개를 타고 올라가, 차가 오지 않는 틈을 타 재빠르게 임도로 접어든다. 두번째 정자가 있는 임도 정상까지 끌바와 라이딩을 적당히 섞어 오르는데 마지막이라 그런지 자갈길 업힐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타고 오른다. 속도도 나쁘지 않다. 12시 53분, 드디어 임도 정상이다. 이젠 내려쏘는 일만 남겨놓고 있다. 임도삼거리에 도착하자 갤러리로 참가한 어떤 분이 사진을 찍어주신다고 나보고 다시 올라갔다 내려오란다. 귀찮기도 하지만 마지막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욕심에 다시 올라갔다 내려온다. (그런데 아직도 랠리 홈페이지엔 그 사진이 올라와 있지 않다. 흐.)
강당골 주차장을 지나 도착지를 향해 빠른 속도로 페달질을 한다. 도로에서의 속도가 40km를 오르내린다. 6~7명의 참가자를 마지막 도로 구간에서 추월한다. 드디어 마지막 작은 언덕을 오르는데 막 추월했던 한 참가자가 다시 나를 추월하는데, 옆을 흘깃 바라보니 여성 라이더다. 와~ 정말 대단하다. 온아MTB의 허니님도 완주가 확실하니, 이 분까지 합치면 여성라이더 완주자가 최소 두 명은 되는 것이다. 그것도 이 시간에.
그래도 존경하는 마음과 함께 내 마음에는 치기어린 생각이 든다. ‘이 여자보다는 빨리 도착하자.’ 남자들의 근육 우월 사상은 생각보다 고질적인 모양이다. 실상 여자면 어떻고 남자면 어떤가? 그럼에도 페달질하는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지금까지 40km를 넘나드는 속도로 8km의 거리를 달려왔기 때문에 젖산이 몹시 쌓여 있는 근육인데, 다시 그 근육을 혹사하고 있다.
그런데 그 여성 라이더, 만만치 않다. 어쨌든 근소한 차이로 운동장 쪽으로 우회전하여 마지막 결승선으로 올라가는데, ‘아, 젠장~, 밑에다 골인 지점 좀 만들어 놓으면 어디 덧나시오?’ 하는 못마땅한 소리가 머리속에서 터져나온다.
어쨌든 1시 29분, 그 여성 라이더와 똑같은 시간에 함께 결승선을 통과한다.
마이클님은 카메라를 들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내 모습을 찍어준다. 결승선에서 잠시 악수도 나누고, 함께 기념사진도 찍고, 또 이 사람 저 사람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데,
나보다 1분 늦게 도착한 분이 반갑게 인사하는데, 아, 정병근님이다.
“4시 30분에 함께 출발하려고 했는데, 같이 온 팀원이 그 시간은 너무 늦다고, 2시 30분에는 출발해야 한다고 해서, 결국 2시 30분에 출발했어요.” 하며 활짝 웃으신다. 정병근님과 잠시 완주의 후련함을 만끽한다.
6. 허미(虛尾)
여울형은 장원리에서 선두권과 헤어져 2시간 휴식을 취하고 출발해 4등으로 골인하셨단다. 선두는 온아MTB의 산적두목과, 여울형과 줄곧 함께 라이딩해온 부산 자갈치의 못안개님을 포함해 총 3명이란다. 그런데 온아의 산적두목님, 타고 온 잔차가 내 애마와 같은 프레임에 같은 컬러의 올마운틴 자전거인 모조(Mojo)다. 세상에, 모조를 타고 280랠리에서 1등으로 골인하다니, 괴물 중에서도 상 괴물이다. 이젠 하얀바퀴의 전설은 산적두목의 전설에 묻혀 잊힐 날만 남은 것 같다. 허긴, 백두대간을 저 모조를 끌고 28일 동안 무지원으로 완주했다니, 그게 어디 사람이냐? 분명 사람 탈을 쓴 호랭이나 용이 분명하다. 그게 아니라면, 옛날에는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는 무송 같은 짐승도 있었고, 비록 여자 한 명 잘못 사랑하는 바람에 인생 종치긴 했지만, 방천극 하나로 삼국시대를 호령했던 여포 같은 괴물도 있었다는데, 산적두목이 바로 그 무송이나 여포가 환생한 인간은 아닐지 의심스럽다.
어쨌거나 곧 180km의 대전둘레길 산악 랠리가 열릴 것이다. 산적두목과 하얀바퀴는 사람 사는 세상으로 하산하지 말고 좀 더 산 속에서 도를 닦고 있다가, 일단 대전랠리에서 정면승부를 겨룬 뒤, 그 승부에서 진 사람만 우리들이 살고 있는 속세로 내려오길 바라는 바이다.
단테 형님, 토니 형, 마음 고생이 크셨을 허수 형님, 바이키안의 든든한 빽이신 프회장님, 언제나 친근한 송죽님, 너무나 이쁜 월매님, 매형님, 몽키님, 달이산 형님, 솔로님, 모래추님, 스와이님, 예쁜 애기아빠된 강장군님, 커피의 달인 경모애비, 존경하는 봄비님과 하얀바퀴, 또한 온아MTB의 다인님, GT맨님, 바라기님 외 모든 분들,
그리고 완주할 수 있게 최고의 힘이 되어 주신 마이클님과 보드맨, 또한 온아의 지원조님들,
마음 깊이깊이 그 고마움 새겨둡니다.
여울형도 고생하셨고, 공주바이크 회원님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 남깁니다.
소이형님도 아쉬움 접고, 내년 랠리를 기약하시고,
늘푸른소나무처럼 멋진 새로운 친구 송탄MTB의 정병근님께도 함께 라이딩하게 되어 너무 좋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고목나무, 강호, 그리고 성현이도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내년에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고, 12회 아산 280랠리와 관련된 모든 분들께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라는 인사 올립니다.
재미없는 긴 랠리 후기지만 끝까지 읽어주시어 감사합니다. ^&^
끝으로, 바이키안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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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늘푸른소나…님의 댓글
늘푸른소나… 작성일
사내가요님 ^^
정 병근입니다
대망에 280랠리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마지막 휘니쉬 라인에서 사진 한장 못 박은게 아쉽습니다
국사봉 넘을때 박기운님 아니였다면 아마도 .. 많이 힘들었겠지요 ?
그러나 다음날 아침 04시 약속 시간 못 지켜서 미안합니다 ^^
동료및 마눌에게 쫒기다시피 나왔네요 ~ 하하
완주 시간 보니 1분 먼저 들어오셨더군요 ~
생생한 후기보니 그때 그 힘들었던 시간이 주마등같이 스칩니다
후기글속에 저에 과분한 칭찬 부끄럽기도하고
박기운님 체력과 잔차실력도 대단하더이다 ~
언제 한번 그날의 인연을 안주 삼아 맥벙 라이딩 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늘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하시고
박기운님과 280랠리에서 함께 완주 할수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
010- 3713 -3574 입니다 .
송탄 부락산도 탈만합니다 함 ~ 놀러오세요 ^^*

사내가요님의 댓글
사내가요 작성일
흐, 반갑습니다. ^^
대전 도솔산도 탈만 합니다. 함 놀러오세요. ^&^
시간 내서 송탄 부락산으로 놀러 가겠습니다. ^^
제 전화번호는 010-7744-6406 입니다.

바람여울님의 댓글
바람여울 작성일
사내가요님!.. 280랠리 완주 후기 정말 멋있습니다. 그동안 사내가요님의 준비과정니 완벽하고 철저하게 노력하신 흔적이 보입니다.
나는 나이도 있고해서 앞으로는 더 힘들것 같은 생각이 들어 기록에대해 무리하게 과욕을 부렸습니다.
암튼 여유를 갖고 레이스를 펼치며 좋은기록으로 멋지게 완주하신 사내가요님께 축하를 드립니다.
사내가요님!..파이팅!..

사내가요님의 댓글의 댓글
사내가요 작성일
형의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흐 ^^
시간 날 때 합류하겠습니다. ^^
형의 멋진 모습 80살까지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김티님의 댓글
김티 작성일
후기 잘 봤습니다. 잠 한숨 안자고 밤 새 달렸는데 간신히 컷오프 면한 사람이 바로 저네요~~^^;;
저는 무지원으로 정말 36시간동안 꼬박 달렸답니다..ㅎ
같은 직업을 가지신 선배님이라 더욱 반갑네요.~~
완주 축하드립니다.

바라기님의 댓글
바라기 작성일
사내가요님 멋진후기 잘 보았습니다,
완주 축하드리고요, 잠시나마 같이 라이딩하며 도와 주신것 감사합니다
다음에 다시 만나 라이딩 하시죠 ㅎㅎ

사내가요님의 댓글의 댓글
사내가요 작성일
바이키안과 온아와의 합동 등반을 기다립니다. ^^
바라기님과의 인연이
앞으로도 좋은 인연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

산적두목님의 댓글
산적두목 작성일
안녕하세요.멋진 후기생동감 있게 잘 읽었습니다.
좋은기록으로 완주하십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제 글도쪼매 있더군요. 과찬이 십니다,그러치 안습니다.
같이한 두 괘물들 따르다보니 그러게 된 것입니다.
담에 만날기회되면 정식으로 인사 드리겠습니다

사내가요님의 댓글
사내가요 작성일
와우, 대단하신 산적두목님, 좋은 성적 거두신 것 축하, 축하드립니다. ^^
언제 함께 라이딩할 수 있게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
파이팅~~~!!!

지구별님의 댓글
지구별 작성일
정말 멋진 후기입니다.. 같은 대전에 살고 있어서 더 반갑네요..
이거 정독하다가 보니 밤 1시에 잤습니다..ㅎㅎㅎ

소이농원님의 댓글
소이농원 작성일언제나 읽어 보아도 눈앞에 선하게 라이딩하는 모습이 보이고, 지도의 편집 시간계산등 준비가 빈틈이 없으며, 특히 라이딩에대한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다시한번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