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완주기[호흡곤란].. > 라이딩 후기

본문 바로가기
Since 2000 산악자전거 280랠리 커뮤니티 포털

라이딩 후기

280완주기[호흡곤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목동
댓글 0건 조회 10,491회 작성일 10-07-03 19:32

본문

468-684f0cb7-2039339162_7df5d18c_P6270013.jpg

1. 280랠리와호흡곤란 

제11회 정선에서 열린 280랠리를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5시간 이상을 꼬박 잠을 자지 않고 자전거와 함께한 결과, 완주의 기쁨을 누리고 돌아왔다.
처음 MTB를 접하고 지금의 "호흡곤란"이라는 정식 명칭으로 가리왕산을 중심으로 도는 94년도 제5회 랠리를 시작으로 매년 참석, 그동안 우리 팀의 지난 역사와 같이했던 280랠리이기에 자전거를 타는 한 사람으로서 매년 이맘때가 되면 홍역을 치르듯 꼭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고 말았다.

그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참석하면서 느끼는 280랠리의 매력은 중도포기자에게는 항상 아쉬움 속에 자신의 나약함을 이기고자 자전거를 열심히 타게 하는 동기부여를 하게 되고 완주자에게는 뭐든 해낼 수 있을 듯한  무한한 자신감을 안겨주며 랠리의 보이지 않는 중독성에 빠져들곤 한다. 1000 고지가 훌쩍넘는 고지대를 오르며 힘에 부쳐 주저앉을 땐 다시는 참석하지 않으리라 다짐해 보지만, 매년 이맘때가 되면 지난 고통의 사실은 까마득히 잊은 채 산뽕 맞은 사람들처럼 변함없이 많은 라이더들이 모여들곤 한다. 후회할 걸 뻔히 알면서도......,

MTB 라이더라면 평생 한 번쯤은 가봐야 할 강원도 산간오지 코스들, 평상시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기에 자연 그대로의 산세를 즐기며 때 묻지 않은 산야를 달리는 이번 정선코스야말로 예전의 제천, 양평코스보다도 강원도 임도 특유의 지리함과 1200고지 이상을 쉬임없이 오르내리는 산세의 웅장함 앞에 나 자신은 얼마나 미약한 존재 인가를 라이딩내내 다시금 느낀 랠리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MTB 랠리의 선구자로서 자전거 역사의 한 획을 긋고 있는 정통랠리 280이 있기에 아직도 이바닥을 떠나지 못하고 자전거에 매달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듯하다.
호흡곤란도 예전 같았으면 많은 인원이 폭발적인 관심과 호응 속에 지원조도 준비되고 사전모임 및 장거리연습도 같이하고 동네가 시끌벅적했을 것이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시간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정화되고 여타 동호회 모임이 비슷하듯 해가 지날수록 처음의 열정은 어느 정도 식기 마련, MTB 골수 몇 명만이 이모임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원이 많고 적음을 떠나 처음 시작이 끝없는 도전과 개척정신이 모태인 클럽이었기에 아직도 변함없이 랠리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팀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랠리시즌이면 후끈 몸이 달아 출전하는 기존 멤버들이 있기에 "호흡곤란"의 역사는 정통성을 유지한 채 보이지 않는 끈적함 속에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속하며 나갈 것이다.


2. 280랠리 준비 

이번 랠리의 완주를 위해 크게 준비한 것은 없었지만, 이번 랠리의 준비부터 끝나기까지의 과정을 한번 정리해 보기로 한다.     
카페에 제4회 고양랠리 및 제11회 280랠리 안내문을 공지, 나갈 전사들을 모집하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최종 280 참가 엔트리를 보니 리키님, 설악맨님, 지문님, 양아님, 야간주행님 나 총 6명
현재의 알콜성 몸 상태로는 올해도 접는 것은 자명한 일
언제부턴가 랠리만 나가면 "접기의 달인"이란 닉네임까지 얻었고 개인적으로 280랠리 완주한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얼마전, 리키님과 단둘이 나간 고양랠리에서도 체력고갈로 중도 접었던 나였기에 이번 280랠리 마저 중도포기 한다면 영원히 장거리 랠리는 자신이 없어질 것 같았다.
세월의 흐름을 탓한 채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 주어진 삶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더 이상은 무너져 내린 내 모습이 보기 싫었기에 이번만큼은 완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연습만이 살 길.
6월19일 280대비 속초 찍기를 공지했으나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에 그만 꼬리를 내리고 양평순환 라이딩으로 대체, 양아님, 설악맨님, 지문님과 우중라이딩으로 다녀왔다.
라이딩 내내 꼴찌로 끌려다니며 설악맨님의 왜 자전거를 못 타는지에 대한 현장 조언에 따라
이날 이후, 안장위치도 바꾸고 패달링 자세도 달리하여 야간에 몇차례 시간을 내서 목동 출발, 행주대교에서 성산대교까지 패달링 및 안장적응 훈련도 하고 나름대로 체력은 떨어져 있지만, 나만의 테크닉적인 요소들을 찾아 부단히 노력했었다.

3. 280랠리 완주기 

드디어 출정하기 며칠 전,
그토록 이번 280완주를 부르짖던 양아님의 전화 한 통화 " 형 나 양평 갔다 오는날 집 근처 행단보도에서 차가 와서 받아 잔차 박살나고 허벅지 땡겨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요" 
얼씨구, "그래 몸이 우선이지 위안 삼아 주고"
무지원을 천명하고 스탠바이 전날, 설악맨님 전화와서 " 아띠~ 회사에서 후배가 사고를 쳐서 아무래도 못 나갈 확률 99%입니다"  "그래 직장이 우선이지 위안 삼아주고"
조금 있으니 야간주행님 전화 "저 아무래도 왼쪽 무릎 고장이 심해 업힐 전혀 안되는 상황이라 아쉽지만~"  "그럼요, 자전거 오래 타셔야지요" 하고 위로해 주고 나니 남은사람 달랑 3명
어차피 리키님이야 개인차량으로 회사동료분하고 움직이기로 한 상황, 생각해보니 지문님하고 둘만 남은상태, 이런 어찌라구, 작전이고 뭐고 일단 가서 생각하기로 한다. 출정 하루 전 금요일, 나갈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는지라 회사에서 외부업무 등으로 바쁜 형국이지만 눈치를 보며 과감하게 휴가를 냈다. 이렇니 출세를 못하지.. ㅎㅎ

아침부터 무지원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가방을 최소화하고자 심혈을 기울여 짐을 꾸리기 시작했으나 기상청의 확실한 비 예보에 준비물은 만만치 않았다. 왜? 280때는 비가 꼭 오는지,매년 비 때문에 접은 한 많은 280랠리, 하긴 이맘때 일부러 골라서 하는 랠리니까 당연한 거다. 과연 무지원 완주를 할수나 있을 것인가?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 속에 주섬주섬 챙기다 호홉곤란 팀복을 발견을 발견한다. 팀복 입고가서 접으면 개 쪽인데..., 잠시 고민 끝에 그래도 정신적인 무장에 도움이 되리라 결정하고 팀복을 입고 다시 한번 의지를 다져본다. 
나름대로 코스분석 및 매식 포인트를 잡아 계획을 세웠으나 현실은 예상대로 된 적은 거의 없었기에 걱정만 태산, 지문님에게 오후5시 동서울터미널에서 만나기를 악속하고 만반의 출정 준비를 하고 지하철로 이동하려 했으나 마지막 연습이라 생각하고 배낭의 중압감도 느낄 겸, 목동에서 한강 자전거도로 이동하여 17:45분 정선행 버스에 지문님과 단둘이서 올라 탔다.
가방의 무게가 만만치 않음을 느끼면서....,
 
밤 9시경 정선터미널에 도착, 리키님에게 전화하니 사북에 잡은 콘도에서 휴식 중이고, 우선 번호판 배부를 위해 정선공설운동장에 도착, 이번 대회의 주최자인 독수리님하고 간단히 인사하고  저녁식사를 못한지라 지문님과 정선시내를 이리저리 배회. 시골인지라 마땅한 음식점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겨우 문을 연 곳을 찾아 앞으로 제대로 된 식사도 못할 것 같아 거금 일만냥이나 하는 우족탕을 한그릇씩 비웠다. 4시 출발이니 3시까지 리키님을 만나기로 약속하고 근처 사우나 및 민박을 찾으니 쉽지 않은 상황, 정선시장 근처 특산품 판매장인지 넓은 호로속에 좌판들이 늘어져 있는곳에서 대충 참을 청하기로 한다. 잠이 쉽사리 올리 없겠지마는 내일의 결전을 위해 비몽사몽 선잠을 자고 있자니 2시경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 침상에 누워있는 내내 심정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시작도 못하고 서울로 돌아가는거 아냐?  폭우로 강원도 오지에서 길이라도 잃고 헤맨다면 상상도 할수 없는 일, 하지만 이내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어디 한두해 겪는 일도 아니고 비로 포기하면 그나마 핑곗거리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ㅠ.ㅜ

이런저런 생각에 어느덧 새벽3시, 다행히 비는 소강상태를 보였고 지문님과 근처 24시간 음식집에서 김밥 한줄과 라면으로 배를 채우기로 한다. 마침 들어가니 여러모임의 엠티비 사람들이 식사하고 있었다. 그중에 나와 비슷한 연배인 남부군의 리더 뮤즈님과 조우, 얼마나 반갑든지 서로 "이제 이걸 끝으로 그만 나옵시다" 하고 너스레를 털어본다. 과연 서로 진심일까...??  결국, 뮤즈님과 이번 랠리를 같이하면서 라이딩 도중 힘들 때면  몇번이고 서로가 위안 삼았던 전용 문구가 되고 만다. ㅎㅎ

 

1구간(정선~임계)

새벽 3시30분경 정선공설운동장에 도착, 리키님에게 번호판을 나눠주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자니 주변에서는 삼삼오오 결의에 찬 화이팅의 다짐들이 저마다 외치고 있었고.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잠시 경황을 잃고 있었으나 정신을 가다듬고 장거리 라이딩의 필수품인 바셀린을 몸속 예민한 곳에 잔뜩 바르고 깊은 심호흡과 함께 출발 신호를 기다린다. 매년 나가지만 출발 전의 알 수 없는 긴장의 팽팽함은 언제나 매한가지인 듯하다. 출발 대기선에서 잠시 작전 구상을 해 본다. 리키님이야 땡 하면 쏠 테고 결국은 지문님하고 이 험난 여정을 같이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착잡해져 왔다. 사실 지문님과 여러 해 알고 지냈지만, 장거리 라이딩은 작년 300랠리때 같이해 본지라 끌바가 약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일단 믿음이 가기는 않았다. (지문님 지송^^)

아무튼 출발해서 예상시간대로 코스가 진행된다면 같이가는 것이고 아니면 페이스 조절을  해보고 누가 먼저 가든지 자기 페이스대로 가기로 나름 계획을 세워 본다. 집행부에서 출발 5초 전의 카운트다운은 시작되고 출발소리와 함께 신선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대장정의 280랠리가 시작된다. 정선시내를 빠져나와 약간의 언덕을 힘차게 패달질을 하며 오른다. 첫번째 맞이하는 임도를 오르니 몸 상태는 생각보다 좋은 상태다. 중간정도의 대열을 유지하며 지문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페이스조절, 지문님도 자기만의 페이스를 지키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첫번째구간인 임계까지 예상대로 오전 8시경에 도착,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인근 기사식당에서 김치찌개로 아침식사를하고 제2구간인 80k 정도의 지리한 임도구간에서 점심 대용을 할 매식을 준비고자 가게에 들려 빵과 구운계란을 집어넣고 갈 길를 재촉한다.  한때 같이 활동했던 보고픈걸님과 만나 인사를 나누니 20명 정도의 출전인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언제나 헌신적이고 대단한 여성분이다. 자전거에 대한 보고픈님의 열정속에 또 하나의 활동적인 MTB조직체가 되어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지원조없이 독고다이 하고 있는 자신과 비교하니 잠시 우울해진다. ^^ 
 
2구간(임계~하장면)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에 호흡곤란의 증표 우의바지를 입고 두번째코스인 고적대 임도로 향한다. 임계면 도전리 돌탱이 도강코스를 지나 오르니 바로 고적대코스 중 하나인 구병산임도 길이 이어진다. 재작년인가 이곳은 11월경 매서운 바람과 눈덮힌 임도를 홀로 힘겹게 지나갔던 코스, 산세의 지리함을 알기에 심호흡을 하며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다. 중간중간 안면 있는 라이더들과 인사를 나누며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고적대코스의 중간지점인 기축목이에 도착한다. 지문님은 많이 뒤로 처져 있는 듯하고 어차피 하장면에서 만나야 하기에 부지런히 갈길을 또 재촉해본다. 진행할수록 흠뻑 젖은임도 흙탕물에 급기야 자전거의 변속트러블, 뒤샥의 에어는 완전히 빠져버리고, 여기에 싯포스트 고정나사 마모로 안장은 계속 내려앉아 고적도 임도 막바지에 자전거 트러블로 상당히 애를 먹으며 더딘 진행하게 된다. 고적대 임도 막바지 지문님도 합류, 자기 페이스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에 완주의 의지가 있음을 처음으로 느끼게 된다.

지리한 임도를 끝내고 하장면에 6시30분경 도착, 예상시간보다 조금 지체됐지만, 여기까진 순조롭게 진행, 이번랠리의 가장 힘든구간이며 완주의 성패 여부가 달린 사북까지 가는 구간을 지난주 사전답사팀(황토님이하)을 붙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지문님께서 펑크로 하장면에 30분정도 늦게 도착, 계획은 순식간에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만다. 잠시 예상보다 늦어지게 되면서 잠시 불길한 생각을 하게된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GPS 트랙이 있으니 황토님 일행을 먼저 떠나라 하시고 지문님은 힘이 들었는지 리키님 지원차량에 배낭을 맡기고 빈몸으로 사북까지 가겠노라 하니 잠시 괜찮은 생각인 듯도 했지만  일기도 불순하고 지리도 잘 모른 상태에서 일행도 없이 그것도 야간에 강원도 산중에서 무슨일이 일이 날지 모르기에 지문님에게 반강제적으로 배낭을 메고 갈 것을 권유, 서둘러 식사를 하고 어둠이 깔리기 전 7시30분경 야간구간의 첫 관문인 삼봉산 구간을 향해 오른다.

 
3구간(하장면~사북)

고도 상으로 1200고지가 넘는 삼봉산, 초입부터 숨이 탁 막힐 정도의 가파른 경사도에 금세 숨은 차오르고 끝도 없는 오르막에 강원도 산세의 위용에 기가 죽어 이내 몸을 산에 맡기고 꾸역꾸역 오르게 된다. 어느새 어둠은 깔리고 앞선 일행들의 자전거 불빛만을 주시한 채 1시간 이상 끌기를 반복한다. 지문님은 아예 보인지 오래고, 중간에서 보고픈님 일행을 만나게 된다. 한때는 호흡을 같이했던 식영정님, 매력님등과 인사를 반갑게 나누고, 또한 남부군의 뮤즈님을 다시 만나 사북까지 힘든 여정을 길을 서로 위로하며 같이가게 된다. 어렵사리 오른 정상의 기쁨도 잠시, 다운과 동시에 얼마가지 않아 또 하나의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형적인 멜바코스로 주최 측의 인위적인 묻지마 코스임을 뻔히 알면서도 어차피 랠리라는 것이 다 그런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위안을 삼으며, 길도 아닌 듯한 곳을 메고 끌고 하며 야간구간의 첫번째 관문을 통과하였다. 그동안 울려 됐던 헨드폰도 받을 여력이 없던 차, 412번 도로에서 잠시 숨도 고를 겸 집으로 전화에서 마눌님에게 아직 살아 있음을 알리고 고라니님에게 전화하니 구출하러 낼 설악맨님하고 오겠다 한다. 잠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울컥하며 없던 기운마저 다시금 솟는다. 이때가 10시30경 도대체 사북까지 몇시에 도착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운명의 한국 월드컵 16강전 본다는 생각은 이미 물 건너갔고 산하나 넘는 데만 3시간 정도 걸렸으니 앞으로 남은 대덕산 코스도 1200고지 이상이고 빨리 사북까지 빠져나가는 것이 관건이었다. 갈수록 어둠은 짙어지고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를 뚫고 두번째 관문인 대덕산 구간으로 들어선다. 이곳도 초입부터 가파른 언덕길, 갑자기 하늘에선 그동안 참았던 낙뢰와 번개가 동시에 내리친다. 이런 제기....이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은상황, 어차피 전진만이 살 길이기에 몸과 마음을 비우기로 한다. 오를수록 엄청난 비를 뿌리며 1000고지 이상의 고도에서 아주 가깝게 때려 붙는 천둥 벼락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르기를 반복한다. 평상시 난 절대 잘못한 일이 없다고 되뇌면서...., 아무리 올라도 끝은 보이지 않고  산 아래를 내려보니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다. 아마 이 천둥소리에 다들 포기한 모양이다. 스산한 찬공기에 이내 내몸은 주눅이 들어 주저앉고 만다. 후미가 올라오기를 기다리니 몸은 식어만 가고 이번랠리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본능적으로 목으로 넘기기도 어려운 파워바 하나를 꺼내 억지로 밀어 넣는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빗속에 힘없이 주저앉아 있는 내 모습이 참 처량하게 느껴진다. 왜 이 짓을 매년 하게 되는지...  정말 280은 쉽지가 않다. 비로 인해 접은 랠리가 한두번이 아니었기에 이번 역시도 완주를 못 할것 같은 예감에 착잡한 심정에 사로잡혀 본다. 한참을 기다리니 한 분이 올라왔다.  힘을내서라도 내려가서 죽기로 한다. 라이트 불빛마저 운명을 다한 채 더듬더듬 두번쨰 코스인 대덕산을 어렵게 내려오니 저멀리 지원차량의 불빛이 보였다. 먼저간 황토님 일행, 뮤즈님 일행, 매력님 일행을 다시 만나게 되고, 지원차량에서 핀 모닥불에 썡쥐꼴이 된 내 몸을 녹여준다.  추위에 떨고 있는 내가 불쌍했는지 황토님께서 드시던 컵라면 국물을 건네주신다. 뜨스한 국물을 한모금 넘기니 배속은 금세 훈훈해지고, 옆에 있는 뮤즈님에게 건네주니 서로 한 모금씩 나눠 여러 사람들이 먹는다. 똑같은 조건에서 동질감의 발로였으리라, 집에서는 처다도 보지 않을 하찮은 라면국물이 이처럼 여러사람을 행복하게 하다니,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280에서만 느낄수 있는 라이더들의 훈훈함을 느껴본다. 이떄가 새벽 2시경, 산하나를 더 넘어야 사북이라고 한다. 이런 끝이 아니라네.., 일단 모두 같이 넘어가기로 한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오르니 힘이 배가 되는듯하다. 어렵게 오른 정상에서 한번 타보지도 못하고 비로 범벅된 질퍽한 진흙길을 하염없이 끌고 내려온다. 징글징글한 코스를 지나 사북에 3시경 도착, 사우나 할것을 생각도 해 봤지만, 예전의 경험상 퍼질 것은 뻔한 일, 우리나라 월드컵 축구도 못 보고 우여곡절 끝에 어찌 도착한 사북인데.... 잠을 안자기로 마음을 고쳐먹고 사북시내 식당으로 들어가 몸을 추스르고 바로 출발하기로 작정한다. 따듯한 갈비탕으로 몸을 대우고 있으니 지문님에게 전화온다. 진흙길을 빠져나와 사북으로 향하고 있다고, 포기했을 것으로 생각했던 지문님이 반갑기까지 하다.
예상시간보다 많이 지체되었지만, 예정대로 사북에 도착했다. 출발전 코스분석 상 여기까지만 오면 완주는 떼놓은 당상이라고 다들 이야기했다.  과연 그럴까??
 
4구간(사북~정선)

이것저것 재정비하고 4시30경 꼬박 잠을 자지 않고 화절령 언덕을 또 오른다. 오르는 동안 밀려오는 졸음에 어찌할 줄을 모른다. 다운을 시작하니 도저히 잠에 취해 다운도 되질 않는다.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호흡을 가다듬고 산아래 걸친 비구름을 한참 바라보니 너무나 아름답기 그지없다. 강원도 오지이기에 저런 절경을 볼 수 있으리라.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고 지루한 임도길을 지나 예미역에 도착, 신동읍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이떄가 230km 지점, 지나가는 라이더들이 눈에 들어오질 않아 식당에 물어보니 한참 전에 다들 지나갔다고 한다. 다들 잠도 안자고 우리보다 일찍 지나갔다는 이야기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트랙을 확인해 보니 남은 코스는 큰 봉우리 2개와 지장천을 지나가는 코스, 어제 지나온 산세가 그리 만만치 않았기에 얼마나 걸릴지 감이 오질 않는다. 이제 더 이상의 후미조는 없는 것 같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시간초과에 걸린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식사를 서둘러 하고 10시쯤 지문님과 직장선배 강한다리님과 곰봉에 오르니 비는 다시 퍼 붙기 시작하고 경사도가 장난이 아니다. 그래 뭔가 이유가 있으니 다들 서둘러 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다시 바빠지기 시작한다.  일단 내달리기로 마음먹고 있는힘을 다해 최대한 빨리 곰봉코스를 빠져나가기로 한다.  12시경 광탄리 마을 도착,  리키님에게 전화하니 나머지 구간이 만만치 않으니 지금부터 서둘러와야 완주할 수 있다고 하니 마음은 더 조급해진다. 거의 다 온줄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심지어 가져간 GPS트랙이 잘못되어 순식간에 코스를 잊어버리고 만다.  30분정도 빗속에서 허비하며 설악맨님과 연락을 취하니 지도 상으로도 설명이 안되고 결국 방향 감각 잊어 비리고 주저앉아 진정 이대로 올해 랠리도 끝이 난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잠 못자고 달려온것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진다. 주변을 둘러보니 길을 못 찾아 갈팡질팡하는 라이더들이 많이 보인다. 옛 동료인 하루님을 만나 겨우 들머리를 찾아 지장천쪽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지장천의 도강코스를 몇번 지나고 동강 가수리에 도착하니 서울에서 손수 지원차 달려온 고라니님, 설악맨님이 반겨준다. 그동안의 피곤이 삭 가시는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빵과 우유로 허기를 채우고 여기까지 온 나자신이 너무나 대견스러워 울컥하는 마음을 뒤로 한채, 아직 랠리는 끝나지 않았기에 설악맨님의 나머지 구간의 설명에 따라 마지막 도착지인 정선운동장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마지막 패달질을 시작한다.

완만한 424번 도로 업힐후, 마지막 생각지도 않았던 솔치재 빡신 업힐,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1000 고지가 넘는 강원도 산세의 위용에 또한번 기가 질리고 마지막 정상에서 280의 대미를 장식하는 정선시내를 향하는 분노의 마지막 다운을 시작한다.  완주기록 35시간 21분, 강원도 임도의 심술로 한번만 더 허리를 휘감아 돌았으면 시간 내에 완주를 못했을 것이다. 드디어 잠 안자고 사투를 벌린 끝에 4년 만에 나는 완주해 냈다.  ㅠ.ㅠ

4. 마무리 

장장 35시간 이상을 잠 한숨 못자고 최선을 다한 랠리
나의 육체적 한계가 어디와 있는지를 시험해본 이번 280랠리
돌이켜보면 중간중간 여러차례 고비도 있었지만, 라이딩내내 호흡을 같이한 주변 동료와 함께 의지하며 달렸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며칠이 지난 지금, 강원도 산의 심술을 꿋꿋이 이겨내고 완주후기를 쓰는 장본인이 되어 있음에 즐거울 뿐이다. 
과연 내년엔 또 나갈까?  내가 살아가는 존재가치를 항상 일깨워주는 280랠리
어제의 고통을 까마득히 잊은 채 또한번의 의지를 불태워 본다.  끝.

댓글목록

profile_image

mujyo님의 댓글

mujyo 작성일

보면서 눈물납니다...제가 다 풀어내지 못한 제 속을 들여다보는거 같아서요..
목동님~ 다음에 라면 곱배기로 사겠습니다..ㅎㅎ

280관계자 여러분~
랠리 3번이상 완주한 사람들은 못 나오게 해야합니다~~

profile_image

이창돈님의 댓글

이창돈 작성일

목동님의 글을 보며 가슴 짠해 옵니다. 사북까지 같이 왔을 때 완주 할 줄 알았습니다. 멋진 글 처럼 완주하신것 축하드립니다.

profile_image

식영정님의 댓글

식영정 작성일

목동님 오랜만에 반가웠습니다.
한번 뵙기가 쉽지 않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자주 봬야져...^^

profile_image

보고픈님의 댓글

보고픈 작성일

힘들게 무지원으로 완주 하셨군요. 축하 드립니다.
빙판처럼 미끄럽던 싱글길 다운에서 자전거도 받아주시고..
서부지역을 대표하던 지난날 호흡곤란팀의 전통과 명성을 다시 찾으시길 기원 드립니다.

profile_image

haru님의 댓글

haru 작성일

고생많으셨구 축하드립니다.
언제나 오고가는 길에 만나면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해요
전 진드기(?)가 옆구리 파먹고 있는걸 화요일밤에 발견해서 급히 응급실 갔다왔습니다ㅎㅎ
다행이 아직까진 아무이상 없네요
언제나 안전하게 담랠리때 또 뵈요^^

profile_image

목동님의 댓글

목동 작성일

1박2일 정선땅에서 회로애락을 같이한 뮤즈님, 맥가이버님, 보고픈님, 식영정님, 하루님
저만 완주한것도 아닌데 축하 댓글 감사드립니다.^^
항상 변함없는 얼굴로 필드에서 또 뵙죠.

마음껏 달리게 한 독수리님 이하 280랠리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여한없는 이번 280랠리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