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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280랠리 후기 - 비오는 아름다운 강원도 산하를 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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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겨울산
댓글 0건 조회 7,607회 작성일 10-06-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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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7일 12시 4분, 드디어 정선종합운동장에 들어섰다. 밀린 숙제 하나를 해결한 기분이었다.
전날 새벽 4시에 출발했으니 32시간 4분 만에 안장에서 내려 쉴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었다.

일산 아름다운자전거는 이번 랠리에 8명이 참가하여 5명이 완주하는 기쁨을 누렸다.
 
280랠리를 알게 된 것은 3년 전 mtb에 입문하고 나서였다. 그 모임은 나 같은 초보자를 제외하고
곧잘 280랠리를 경험한 사람과 경험하지 못한 사람으로 구분했다. 그래서 280랠리는 꼭 한번
경험해봐야 하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작년에 양평280랠리 참가 기회를 잡았으나 훈련 중 늑골 골절과 심한 타박상으로 지원조에 참가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밤을 도와 신나게 달리는 선수들과 기쁨에 넘친 얼굴로 골인하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기만 했다.
 
올해 정선280랠리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280랠리 사이트 등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정보와 현실은 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장거리 랠리는 답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코스 전체에 대한 감을 잡고 임하는 것과 다른 사람을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우선 랠리 자체를 자발성을 가지고 임하기 때문에 코스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고,
라이딩 자체를 주체적으로 지배하며 즐기기 때문에 만족도에서 큰 차이가 날 것이다.
 
시간을 내기 여의치 않아 랠리 1주일 전, 운전을 대신할 친구를 데리고 답사에 나섰다.
차를 타고 주요 임도의 들머리와 날머리를 확인하고, 어렵다고 소문난 맬바 끌바 코스와 두위봉 임도 등을
라이딩 했다. 강원도는 역시 아름다웠고, 이 정도면 할만 하다고 판단했다.
 
26일 4시, 오락가락 하는 빗속에서 560여명이 라이트를 켜고 출발했다. 어차피 비가 오기로 예보 되어
있었으므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정선을 떠나 잠시 오르막 도로를 따라 가다 조그만 야산으로 들어갔는데
초반이라 좁은 싱글에서 정체 되었다. 
 
곧 20키로 정도의 남산 임도에 들어섰다. 날도 밝아오고 선선한 날씨에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잘 다듬어진 임도를 달렸다. 도중에 무인 체크포인트에서 펀칭 도구가 불량이어서 30여분 지체되었다.
둘이 손가락 힘을 합쳐야 번호판에 겨우 펀칭 되었다.

여량에서 지방도를 따라 가다 구절리역 뒤쪽에서 남곡리 임도로 들어섰다. 초반부터 시멘트 급경사를
끌바로 올라갔다. 부슬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어 경치를 감상할 여건은 되지 못했으나 지천으로 피어있는
들꽃과 소나무 향기가 좋았다.
큰너니재로 내려서 임계까지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면사무소 공터에서 지원조를 만났다.
빗속에서 따뜻한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니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출발전 설렁탕을 먹었고,
이제 아침으로 추어탕을 먹었다. 6명 모두 도착했으나 순욱님이 기어트러블을 호소했고,
다른 소소한 트러블 등을 늑대인간님이 능숙하게 해결해 주었다. 여기까지 누적거리 50키로.
 
임계를 떠나면 하장까지 90키로의 길고 긴 임도를 넘어야 한다. 이 구간 체력을 아끼면서
무난하게 통과하는 것이 이번 랠리의 관건이었다.
임도가 시작되기 전 임계천을 따라가는 트레킹 코스가 나왔다. 이번 랠리의 첫번째 엽기코스(?)로
거의 맬바였다. 비에 젖은 미끄러운 바위와 나무, 갈대 등을 헤치며 나갔다. 이미 신발이 물에 젖었지만
그래도 신발을 물 속에 넣지 않으려고 자전거를 물에 담가 지레대로 활용하며 건너기도 했다.
 
도전리 임도는 백두대간의 괘병산 고적대 등 1,000미터가 넘는 산들이 즐비한 곳에 난 임도이다.
처음 600미터 정도의 고도를 따고 올라가서 끝없이 구비구비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한다.
말이 90키로지 직접 해보지 않고는 쉬이 짐작이 가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 업힐좋아님과 함께 임도에 들어섰다가 중간에 혼자 달리게 되었다.
같이 가고 싶지만 체력을 아끼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페이스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운무에 쌓인 임도에 온갖 들꽃과 새소리, 가끔 다람쥐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고…
목이 마르면 마시고 허기지면 간식을 꺼내고, 점심으로 싸준 유부초밥/김밥을 먹으며 가고 또 가고…

드디어 90키로 임도가 끝나는 중봉계곡으로 내려와 지방도를 따라 하장으로 올라가서 지원팀을 만났다.
이 때 시간이 4시 30분 정도, 앞서 간 사람이 100여명 정도라고 했다.
이 시간이면 어둡기 전에 이번 랠리 엽기코스 2호인 삼봉산 맬바구간을 통과할 수 있는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저녁으로 준비한 푹 삶은 닭고기는 위에 부담도 없고 맛도 좋아서 일품이었다.
배가 든든해지니 다시 힘이 솟아 났다. 사북까지 30여 키로를 밤을 세워 가야 하니 배터리와 간식을
충분히 챙겼다.
 
광동댐을 지나 지구렁이 임도를 오르는데 경사가 급해 거의 타고 갈 수 없었다.
게다가 잘 먹은 저녁 덕분에 잠이 쏟아져 어쩔 줄 몰랐다. 디저트로 가끔 산딸기를 따먹으며 가다 보니
어느덧 고개에 올라섰다.
한참 바닥이 좀 거친 임도를 내려간 다음 맬바코스에 들어섰다. 답사 때 한번 해 보았기 때문에
자전거를 돌려서 핸들이 등쪽으로 가게 한 다음 지팡이로 쓸만한 나뭇가지를 주워서 한걸음 한걸음 올라갔다.
능선에 올라 급한 시멘트 길을 다운한 다음 컨테이너 농가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엉망이 된 자전거를
대강 물로 씻어냈다. 이후 지방도로로 내려서서 고개까지 업힐한 다음 대덕산 임도 입구까지 내려갔다.
주변은 이미 어두워졌고 비도 더 심해졌다.
 
답사 때 대덕산 임도는 입구와 출구만 확인했었다. 비 오는 밤에 오르는 대덕산 임도는 
어느 곳 못지 않은 엽기코스 중의 엽기였다. 안장에 올라설 기회를 전혀 주지 않는 코스였다.
대덕산이 1,200미터 정도인데 거의 정상까지 끌바의 연속이었다.
다운은 어둠 속에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로 풀이 무성한 임도를 따라 손가락이 아프도록 브레이킹 하며
내려 갔다. 도중에 고냉지 밭의 급한 시멘트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덧밭이라는 이정표에서 이도령 2관문이라는 끌바 코스로 들어섰다. 또 잠이 쏟아졌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잠시 시멘트 바닥 위에 누웠다. 다른 팀이 내 옆에 앉아 두런두런 간식을 먹었다.
깜박 잠이 들었다 주변이 조용해 깨어나니 머리가 한결 맑아졌다.
이런, 비를 맞으면서도 잠 들 수 있구나! 새로운 경험이었다.

사북으로 이어지는 끌바코스에 들어 섰는데 1주일 전 답사 때 본 표식을 지우고 새로 만들었다.
가끔 번개 치고 천둥소리가 점점 가까워 지더니 장대비가 쏟아졌다.
한밤중 혼자 앞사람이 지나간 흔적을 더듬으며 숲 속을 헤쳐 가자니 퍼즐을 푸는 것처럼 흥미로웠다.
끌바코스가 끝나는 지점에서 앞 팀이 길을 잘못 들어 위험한 계곡에서 헤매고 있었다.
답사를 했기 때문에 위쪽 밭 사이로 난 길을 알고 있어서 이 쪽으로 올라 오라고 소리치며 랜턴을 흔들었다.
 
고한종합운동장 입구에서 지원팀을 만났다. 뭘 먹겠느냐고 물었는데 전혀 입맛이 없어서
좀 쉬겠다고 하니 근처 사우나에서 쉬었다가 2시 정도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사우나에 들어가 거울에 비친 몰골을 보니 이런 몰골이 따로 없었다. 또 흠뻑 젖은 몸을 따뜻한 탕에 담그니
이런 천국이 따로 없었다. 여기까지 누적거리 180키로, 이제 100키로 남았다.
 
출발까지는 2시간 정도 남았다. 휴게실이 우리나라의 월드컵 8강전 중계 때문에 시끄러웠다.
그래도 눈을 좀 붙여야지 하면서 자다 깨다 하다 보니 모순과 티티카카가 들어왔다.
나머지 3명은 하장에서 근육 통증 등으로 포기했다고 한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혼자 가다 보니 외로웠는데 반가웠다.
야속하게도 시간은 또박또박 흘러 2시가 되었다. 달콤한 휴식을 여기에서 접어야 하다니…
다행스러운 것은 억수같이 쏟아지던 비가 그쳤다는 것이다. 마른 옷으로 갈아 입고 식사를 한 다음
지원팀과는 예미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2시 30분, 새벽에도 잠들지 않는 사북 시내를 통과한 다음 화절령으로 향했다.
화절령까지 고도 600미터를 따야 하지만 화절령에서 예미까지 거의 내리막 임도이기 때문에
희망을 가지고 패달을 밟았다. 군데군데 길가에서 기진맥진 하여 쉬는 팀을 지나치는데
어느 팀은 우리를 보자 ‘이 양반들 잠도 없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청주에서 온 어떤 라이더는 17명이 왔는데 16명이 포기하고 달랑 혼자 남았다고 한탄했다.
 
어느덧 두위봉 임도에 들어섰다. 부슬비에 안개가 짙어서 라이트 빛이 멀리 나가지 못하고
시야가 나빠 위험했다. 임도 왼쪽은 거의 절벽이었다. 아차 하는 순간 임도에서 벗어나면
그대로 천국까지 날아 가거나 중간에 추락하더라도 행방불명 되기 십상이었다.
이런 치명적인 약점만 빼면 두위봉 임도는 20여 키로가 다운으로 이루어진 환상의 길이었다.
임도 막바지에 이르러 날이 밝아오면서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 오고,
항상 다운을 만났다 하면 금방 눈에서 사라지곤 하는 모순과 조우했는데 시야가 나빠 더듬거리는 나보다
안개와 어둠을 뚫고 앞서간 티티카카가 어디로 사라졌다.
오겠지 오겠지 하며 기다리다가, 다른 팀에게 혼자 라이딩 하는 사람 봤느냐고 묻기도 하다가,
점점 불길한 쪽으로 상상 하다가, 현실적으로 그래 봤자 어디에서 추락했는지 찾을 방법이
있기나 한 건지 의문을 품다가, 어느 순간 짠~ 하고 나타났다.
저런! 본인도 어디에서 헤맸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사람들 목소리는 들리는데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사람들은 보이지는 않더라고…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
안개 속에서 4차원의 세계를 라이딩 하다 내려왔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타났으니 시간 있을 때 따지기로 하고, 질운재에서 예미까지 10여 키로를 내리 쏘았다.
 
예미역에서 순대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정선까지 70여키로의 마지막 여정을 준비했다.
다음 임도는 동강으로 이어지는 고성터널 입구에서 시작된다.
두위봉 임도에서 그렇게 신나게 내려 왔으니 다시 신나게(?) 올라가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
길도 미끄러워 죽었다 포기 하고 하염없이 끌바를 하다가 가끔 딸기도 따먹고...
드디어 산마루에 올라섰다는 느낌은 드는데 이게 다운하는 것 같지 않게 다운하다가
업힐 같지 않은 업힐이 나오고, 한군데를 뱅뱅 도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다가
갑자기 손아귀가 아플 정도의 내리막이 나타났다. 드디어 마을도 짱~ 나타나고 이 쯤이면
곧 동강을 볼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을 품는데…
갑자기 까마득한 포장도로 업힐이 앞을 가로막았다.
차로 다니기도 어려울 텐데 길은 왜 만들어 놓았지 하며,
애먼 길을 탓하며, 이 길을 정선280 엽기코스 중의 하나로 추가했다.
 
드디어 경치가 기가 막힌 동강의 지류를 만나 기분 좋게 강변을 라이딩 하다가
강을 건너는 도강코스를 만나  ‘햐, 라이딩 막판 자전거도 깨끗이 씻고 세수도 좀 하고 골인 하라고 코스를
설계했구나. 이렇게 고마울 수가… 사려 깊은 사람들!’.
하지만 금방 물이 고인 진흙탕, 모래밭이 나와서 자전거가 다시 더러워졌다.
그 사람들, 비 오는 것까진 고려하진 못했을 거야…
가수리에서 드디어 동강 본류를 만나 강변을 라이딩 했다.
하지만 다시 졸음이 쏟아져 맥을 추지 못하게 되었다.
잠시 핸들을 놓칠 뻔하다가 아예 도로 경계석에 앉아 졸기도 하다가,
시간이 좀 지나니 힘이 돌아 왔다.
 
어느덧 랠리의 막판에 이르러 이제 정선 들어가는 고개에서,
조그만 4키로 짜리 임도만 넘고 나면 고생 끝이다라고 생각했는데…
막판  생각지 못한 복병이 버티고 있었다.
눈썹이 닿을듯한 시멘트 길에 접근을 불허하는 철문까지 달려 있어서 월담을 하고,
자전거를 들어서 담 안쪽으로 넘기고… 이 때 진작 이 길의 정체를 알아 봤어야 하는데…
희망이란 안개가 눈꺼풀에 씌어서 눈치채지 못했다.
길은 갈수록 가관이어서 욕이 저절로 튀어 나온다는 말은 이런 길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발바닥은 이틀 동안 내린 비에 불어터지다 못해 갈라져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쓰리고,
모순은 무릅 뒤쪽 장경근에 통증이 오고… 티티카카는 말을 안하니 어디 아픈지 모르겠고...
드디어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그런데 이 길의 내리막은 거지 같았다.
진창에 자갈에… 그리고 이 엽기 코스의 마지막 하일라이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산을 파헤쳐 도로공사 중인 곳을 지나는데… 이런 황토 뻘밭에 빠지면 대책 없겠다 생각하는 순간
뒤따라 오던 모순이 철푸덕~ 빠지고 만 것이었다.
이런~ 제길!  모순의 비명이 산을 울렸다.(그리고 진창에 빠진 신발을 정선운동장 수돗가에 두고 왔다!)
 
이것을 빼면 나머지는 원활했다. 시내로 들어와 다리를 건너면 골인지점.
운동장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소리 지르며 박수를 쳐주고, 지원팀이 반갑게 맞아주고,
주최측에서 체크포인트 비표 다 찍었나 확인하고, 사진을 찍고, 완주증을 받았다.
 
되돌아 생각하니 이번 280랠리가 한바탕 꿈같이 느껴진다. 언제 랠리를 시도나 했었는지 멍멍하다.
올해의 계획 하나 해결한 것 같고… 나도 이제 mtb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엔 무슨 낙으로 살지?

코스를 설계하고 지원을 해준 분들이 없었다면 이런 좋은 경험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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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님의 댓글

헐~ 작성일

작년의 아쉬움을 올해 철저한 준비로 완주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그저 완주하신 분, 아니 참가하신 분들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전 지원팀으로 대리만족하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