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80 랠리 완주기 - 달리기 - > 라이딩 후기

본문 바로가기
Since 2000 산악자전거 280랠리 커뮤니티 포털

라이딩 후기

대한민국 280 랠리 완주기 - 달리기 -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대한민국
댓글 0건 조회 8,581회 작성일 09-07-07 03:13

본문

205-dd91b90c-2049210019_ac53ff51_DSC_2029.jpg

205-b5cff159-2049210019_b70966dc_090705-0002.jpg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치피 시작해 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설 순 없으니

단 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에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설 순 없으니

이유도 없이 가끔은 눈물나게 억울하겠죠
일등 아닌 보통들에겐 박수조차 남의 일인 걸
단 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에는 지겨울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  ses " 달리기 " 中  -





 저는 9 회 제천 280 랠리 재수생입니다.





* 1 년 전...

 240 km 지점 내리막길 임도에서 굴러 돌에 부딪혔는지 체인링이 휘어 버렸습니다. 그 때는 자전거를 끌고 완주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마찰로 달아 헤진 사타구니는 바늘로 쑤시는 듯 했고 수면 부족과 배고픔으로 고개를 들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도로에 내려오자 마자 후배에게 자전거를 부탁했습니다. 남은 40 km 가 아까운것보다 더 이상 듣지 않는 림브레이크와 물집잡힌엉덩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 가 없었습니다. 3 분 카레에 밥을 말아 주는 후배를 등지고 너무 억울하고 분하고 속상해서 목이 메인체로 찬밥을 미치도록 쑤셔 넣었습니다.
 동호회 다른 선후배들이 FINISH 라인에서 막걸리에 맥주에 축배를 들고 있을 때 저는 너무 가슴이 아프고 분해서 FINISH 라인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묻습니다.

"완주했어?"

"아니. 자전거가 고장이 나서... "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습니다. 어린 아이처럼 훌쩍거리며 목 놓아 울어버렸습니다.

" 다음에 완주 하면 돼지. 울지마... "

만삭의 아내도 같이 울었습니다.


* 1 년 뒤 ... D - 9  주변사람들의 냉소...

  아내는 아기가 고열로 병원에 입원해도 잠깐 얼굴만 비추고 훈련을 하러 나가는 저를 원망합니다.
 1 년 동안 미치도록 자전거만 탔습니다. 아내는 제가 활동하는 모든 자전거 활동을 반대 했고 부부의 사이는 점점 멀어져만 갔습니다. 어머니 아버지에게는 말도 못꺼냈습니다. 자전거만 타기만 했다면 맨날 다치기만 하는 자식을 항상 걱정 하셨습니다. 친구들은 280 나가면 자전거 한대 버리고 오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동호회 분들과 어쩌다 280 이야기가 나오면 청주의 산만 타도 충분하다고 거기까지 가서 돈 낭비 하지 말고 청주에서 280 을 타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스폰을 받아서 나가면 나갔지 그렇지 않으면 자기 손해라는 겁니다. 말도 못꺼내고 웃기만 했습니다.
 사실 저는 9 회 제천 280 에 두고 온것이 있습니다. 제 자신감입니다. 회복하고 싶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지만 대회를 위해 늘 준비를 했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였으며 주 2 회는 퇴근하면서 타 동호회와 임도나 싱글을 다녔습니다. 주말에는 친구 문숙이와 늘 280 을 위해 준비 했습니다.
 작년에는 후배 범규가 제 지원을 맡아 주었는데 올해에 일이 있어 지원이 힘들답니다. 여기저기 알아 보다 서울에 있는 고딩친구 영각이를 섭외 합니다. 선뜻 허락해주어 얼마나 기쁘던지. 다만 경험이 부족해서 걱정이었습니다. 지난해 빗속에서 순식간에 닳아 없어지는 림브레이크를 보고 부품도 짱짱하게 준비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주일을 남기고 성환 MTB 에서 부품 지원 요청에 선뜻 협조를 해주셨습니다. 게다가 CCD 까지 공짜로 주시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작년 대회 때 잠을 못잤더니 극심한 피로에 시달렸던 터라 텐트도 석진이에게 빌렸습니다. 2 인용인데 간단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모기장이 고장나 열어 놓아야 했던것만 빼놓고는... -oo-; 파워젤도 제구,문숙과 돈을 걷어 열개씩 챙겨 갑니다.



*  D - 7  일주일전 훈련 ...
 일주일을 남겨 놓고 대회 참가 선수 중 일부인 낙규, 문숙, 비양형님과 함께 청주 인근의 산에서 훈련을 합니다. 패니어를 장착하고 무보급으로 왈바팀으로 나가겠다던 낙규는 느낀점이 많았나 봅니다. 산속에서 체인 링크로 잃어 버리고 빵꾸에 내리막 끌바에... 그래도 다행이 일주일전에 문제를 발견했으니 정비 보완해서 나가면 될것 같습니다. 문숙이는 어서 빨리 대회를 치뤘으면 하는 마음 뿐입니다. 체중감량과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서 몸을 어느 정도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술약속을 피할 수 없어 걱정 뿐이었습니다. 이날의 훈련은 낙규군의 자전거 문제로 가볍게 돌고 집으로 복귀 합니다.



*  D - 6 ~ 2  간단한 훈련과 짐을 꾸리고...
 저는 출근했지만 문숙이와 제구는 하루 140 km 정도의 280 대비 훈련을 아침부터 강행합니다. 저도 저녁때 동참했는데 100 km 를 탄 애들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들 쌩쌩합니다. 저는 두렵습니다. 저녁 때만 탔는데도 힘이 부치는 느낌입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 이번엔 휫셀부터 BB 공구까지 빌려 놓습니다. 차도 남동생의 트라제를 빌려 보험까지 들어놓습니다.  성환 MTB 샵에 가서 정비도 받고 예비 부품을 전달 받습니다. 자전거에 계속 있었던 소음이 없어지니 날아 갈것만 같습니다.  이것 저것 준비하느라 너무 피곤합니다. 혹시나 몰라 챙겨갈 물건을 List 정리했습니다. 잠이 너무 부족해 회사에서 졸았습니다.



*  D - 1 삼겹살로 체력을 비축하고...
 회사에 출근은 했으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어서 빨리 단월 레포츠 공원에 가서 잠을 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이틀동안 잠을 잘 수가 없다는걸 작년 대회의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입니다. 집사람은 10 개월된 민주와 함께 아이박스와 물을 구하러 갑니다. 명수형이 아이스박스와 얼음물을 엄청 많이 준비해줬습니다. 명수형은 몇일전 대천까지 아들과 라이딩을 했기 때문에 물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트라제에 짐을 잔뜩 싣고 처가집으로 향합니다. 장모님이 차려주신 삼겹과 공기밥을 잔뜩 먹고 식당의 밥과 반찬 국거리등을 잔뜩 얻어 문숙과 저는 단월로 향했습니다. 단월에 도착하니 제구가 먼저 와있었고 우리는 배번을 받아 자전거에 설치했습니다. 지원차량을 운전하겠다는 영각이도 도착하고 왈바팀으로 패니어를 장착한 낙규도 도착합니다. 문숙이는 테이핑에 정신이 없습니다. 저는 뒷타이어가 계속 신경이 쓰입니다. 세락1.95로 바꿨는데 사실 제가 싫어 하는 타이어 입니다. 코너에서 미끄러지고 접지력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 때문에 싫었지만 트레드가 다 닳아 버린것은 교체하고 나가야 한답니다. 시합 직전에 무언가를 바꾸는게 영 찝찝하지만 어쩔수 없습니다. 튜브도 새것으로 교체햇는데 전에 쓰던걸 보니 패치가 무려 7 개 붙어 있습니다. 나 구두쇠? ㅋㅋㅋ.



*  D - 0  짧은 휴식과 긴장감...
 어떻게든 잠을 청해야 합니다. 일요일은 비가 올지도 모르기때문에 비가 오기전에 쇼브를 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280 은 비가와야 제맛?! 이긴 하지만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습니다. 시원하기는 하지만 살이 쏠리는건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2 인용 텐트엔 모기장이 작동을 하지 않아 겨울용 침낭에서 잔 벌레와 모기와 싸우며 한두시간 잠을 청합니다. 2 시쯤 되었을까 늦게 도착하신 분들이 텐트 옆에서 스타렉스를 세워놓고 자전거를 내리시는 모양입니다. 시끄러운 목소리와 담배 연기에 잠을 깹니다. 팬츠만 입고 있는 상태로 조용히 해달라 말씀을 드리려 했으나 큰 형님들이라 혹시나 출전을 앞두고 기분 상하실까봐 참습니다. ( 형님들 내년엔 매너 부탁드립니다. ) 잠을 포기하고 텐트를 접습니다. 자 이제 출발인가요. 최대한 가벼운 복장으로 경기장으로 나섭니다.



*  03:00~04:00    풍선은 하늘로 올라가고...
  가볍게 반찬과 밥으로 식사를 하고 화장실에 다녀온 후 경기장에 들어섭니다. 수 많은 인파들 훌륭한 장비들과 멋진 져지들 특히 스폰을 받아 경기에 참가하시는 분들이 부러웠습니다. 문숙,제구,겐죠아빠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합니다. 제구는 무보급, 문숙,나,겐죠아빠는 원래 함께 라이딩을 하기로 사전에 이야기를 했습니다. 작년 대회 참가 때문이었는지 긴장감은 작년 보다 덜했습니다.



*  A 구간 - 예상치 못했던 배신...

 출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추위와 함께 긴장감으로 몸이 살짝 떨려 옵니다. 페달을 밟습니다.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갑니다. 여기저기 플레쉬가 터지고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립니다. 길은 모르지만 사람들은 앞의 사람을 쫓아 달립니다. 제 뒤에는 함께 하기로한 문숙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일날 함께한 겐죠아빠 상석씨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인파속에서 저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문숙이는 내가 미친듯이 밟는걸 첨보고 나를 쫓아오다 임도에서 인파를 헤치고 나올 수가 없었답니다. 뒤따르던 겐죠아빠는 문숙이도 멀리 사라지고 드레일러가 고장나 뒤쳐지게 됐다더군요. 사실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문숙이는 평소에 저와 훈련을 했기 때문에 전 그의 업힐실력을 믿었고 반드시 저를 잡으러 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도로와 임도에는 강하나 업힐에서는 그 친구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달렸는데 문제는 업힐 보다는 구불구불한 임도가 많았습니다. 업힐과 다운힐이 적당히 섞인 임도를 좋아하는 저는 물이 만난듯 사람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1 년동안 훈련을 같이 해왔고 Finish 라인에 두손 잡고 같이 완주하자던 문숙이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전 펌프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문숙이가 가방에 모두 짊어 졌기 때문에 입니다. 그러나 멈출 순 없었습니다. 펑크가 나면 문숙이를 만날거고 펑크가 나지 않으면 계속 달리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고 함께 하자던 친구를 배신했습니다. 초등학교때 부터 만나 나 때문에 MTB 를 입문하고 280 도 나 때문에 출전하게 됐는데 전 그를 배신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에 혼자 페달질을 하면서 한사람 한사람을 추월합니다. 몸을 가벼히 하기 위해 라이트도 가지고 가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해는 너무 늦게 떴습니다. ( 다른분들께는 죄송합니다. ) 임도에서 사람을 추월하다보니 후레쉬를 가지고 계신 분들의 사이와 사이가 너무 멀었고 어두워서 바닥이 보이지 않았지만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앞에 보이는 불빛을 향해 더 힘차고 대담하게 페달링 했습니다. 불빛 없는 라이딩은 처음이었지만 희미하게 보이는 바닥에 집중하며 해를 기다렸습니다. 얼마쯤 지났을까. 임도를 탈출하여 도로를 내려오니 차들이 몇 있습니다. " 김정회 화이팅! " 영각이의 반가운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립니다. 저는 뒤돌아보지 않고 손을 들어 그의 말에 응답합니다. 다시 또 임도에 진입하고 한참을 달려 임도를 빠져나오니 수많은 차들이 즐비합니다. 대부분 아침을 여기서 먹는가 봅니다. 그러나 저의 지원조는 없습니다. 지원조가 처음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습니다만 이제 혼자서 살아 남는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선 선수들은 지원조를 만나 물도 보충하고 식사도 하려 하는가 봅니다. 너무 부럽습니다. 응원해 주는 몇몇 분들의 박수소리에 다시 힘을 내 혼자 도토리코스 임도로 진입합니다.



* B 구간 - 혼자 먹는 아침...

 큰 도로로 빠져나왔습니다. 지금 지도를 찾아보니 44 번 국도 였군요. 휴계소가 보이고 사람들을 기다리는 서포터들이 보입니다. 그러나 나의 서포터는 없습니다. 배도 고팠습니다. 지원조 영각이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문숙이는 배신하고 혼자 달린 저를 욕하고 있고 겐죠아빠는 드레일러 고장으로 부품을 구하러 여기저기 알아보러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다 저의 잘못입니다. 이해 합니다. 저는 밥 먹을 자격도 없습니다. 시원한 얼음 물을 받을 자격도 없습니다. 리더인척 하면서 결국엔 모두를 배신 했으니까요.  목이 너무 말라 휴계소 화장실에 달려가 화장실의 물을 퍼마셨습니다. 화장실 물로 수통도 채웠습니다. 다시 또 달리려고 굴다리 밑을 지났는데 한분이 조언을 해주십니다. 여기 진입하면 한동안 지원이 없을꺼라고 식사하고 가시는게 좋을 거라고... 배를 우선 채우려고 막국수집에 들어섰습니다. 5분만 기다리라고 하시더니 주문한 막국수를 안주십니다. 빨리 되는거 뭐 있냐 물으니 순대국밥이라고해서 다시 변경해서 주문합니다. 마음은 급한데 너무 밥이 느리게 나옵니다. 몇몇 지원조 분들이 아주머니 식당의 화장실에서 냄비며 쌀이며 이것저것 씻었나 봅니다. 노발 대발 하시더군요. 별로 좋지 못한 광경이라 피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서포터 영각이도 어디선가 저러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다들 저를 보고 뒤에 선수들이 금방 올줄 알았나 봅니다. 다행히 제가 밥을 먹고 있는 동안에도 많은 분들이 지나가지는 않았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 하지만 아주머니가 지원조 분들에게 계속 뭐라고 하는 탓에 밥 먹는게 불편했습니다. 밥을 먹자 서포터 영각이가 도착해서 소식을 전합니다. ' 정회 색히 밥주지마 '  문숙이가 단단히 화가 났는가 봅니다. 저 지원해 주지 말라고 하더랍니다. -oo-;;; 혼자 달려야 하는 외로운 라이딩을 예상하며 가방에 얼음물 1.7과 기본 물통 및 행동식을 챙깁니다.



* C 구간 - 강렬한 태양, 떨어져버린 물통, 끝나지 않는 코스

 아까 왔던 굴다리를 다시 통과하여 달립니다. 향긋한 삼겹 내음과 함께 저를 응원해 주십니다. 개울가 돌다리를 건너 업힐에 진입합니다. 한분이 고맙게도 손에 들어오는 물을 주셨습니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는데 왠지 더위가 장난 아닐것 같아 챙겼습니다. 싱글을 놓칠뻔하다 어느 라이더의 도움으로 길을 확인합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만나는 분들이 많지 않아 코스를 이탈할 뻔했는데... 싱글 진입을 위해 물을 마시는데 뒷바퀴의 허브가 흔들립니다. 랠리 나오기전부터 말썽이었지만 자꾸 풀리는 허브옆 너트가 하나 있습니다. 자전거를 엎어 놓고 손으로 다시 조입니다. 성환  MTB 고실장이 잡아 줬는데 또 풀렸습니다. ' 제발 말썽 일으키지 말아다오~ ' 싱글로 멜바를 하는데 길이 희안합니다. ' 이걸 넘어가면 뭐가 나오길래 이런데를 가라는거지 원~ ' 타다 끌다를 반복하여 길지 않은 싱글을 탈출합니다. 공주휴계소가 반갑게 맞이 합니다. 얼음물을 하나사서 등에 꽂고 등에 진 1.7 리터 물은 너무 무거워서 돌려 보래기로 합니다. 지원조를 불렀더니 1차로 리타이어한 겐죠 아빠가 뒤늦게 도착합니다. 얼음이 잔뜩 든 가방을 맡기고 펌프를 달고 솔로 라이딩을 대비합니다. ' 왜 그렇게 빨리 달리셨어요... ' 겐죠아빠의 말에 이런 저런 핑계를 늘어 놓아봅니다. 공주휴계소를 떠나 아스팔트로 계속 올라가는데 여성분이 부릅니다. 이길이 아니라고 다시 내려와 마을로 진입을 합니다. 그때 고맙단 말 못해서 죄송합니다. 너무 힘들어서 ... 여성분 고맙습니다. 몰운 임도로 향하면서 저는 또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 아름다운 펜션에 빠져 빨래판 업힐을 계속 올라 버렸습니다. -oo-; 표식이 나오지 않아 멈춰서 후미에 오는 분들을 기다려봅니다. 이때 빨래판 시멘트 위에서 잠깐 잠이 듭니다. 얼마나 잤을까. 자는 동안 한명도 제 옆을 지나지 않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지난해 저장해 두었던 본부장 김현님께 연락을 드려봅니다. 여기가 아니랍니다. ㅠooㅠ 펜션으로 다시 내려가니 번호판이 없는 한분이 저를 안내해 주십니다. 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앞질러 갔을까요. 계곡에서 쉬고 싶은 마음도 접고 달렸는데... 이때 문숙 문숙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문자를 남깁니다. ' 어디 쯤이니 형아가 잘못했다. ' 그러나 단단히 화가 났는지 회신이 없습니다. 열심히 페달링 하며 마음을 정리합니다. 삐져도 할 수 없다. 오토바이 타신 분들이 세분 지나네요. 부럽습니다. 저도 오토바이 동호회 활동 좀 했었는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달리다보니 서포터의 문자가 한통 옵니다. OO 펜션에서 쉬다가 가랍니다. 왠일이지? 펜션을 잡았나? 더운줄 알고 샤워 시켜줄라나 보네! 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습니다. 서포터 차량을 발견했는데 뭐 특별한 건 없습니다. -oo-; 다른 조는 시원한 수박에 그늘에 자리 깔아놓고 선수를 기다리지만 우리는 그런거 없습니다. -oo-; 땡볕 아래서 물을 보충하고 행동식을 챙깁니다. 서포터가 처음인 영각이는 이런 저를 지켜보기만 합니다. 짜증이 밀려와서 물 좀 담아 봐라고 갈굽니다. 약간 꿈틀하면서 움직여 줍니다. 선수가 도착하면 행동식과 식사 또는 가득찬 물통을 채워주길 바랬는데 강남에서 유학원을 운영하는 영각이는 다소 거만하며 수동적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 없으면 저는 죽습니다. 후미에 있는 문숙이도 죽습니다. 차안에는 문숙이가 벗어 놓은 옷들이 걸려 있습니다. 저는 양말만 갈아 신고 다시 출발합니다.

 ' 아니 뭔산이 이렇게 지겨운거야. ' 물은 다 떨어지고 사람도 안보이고 표식도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햇빛은 너무 강렬하고 행동식은 다 떨어져갑니다. 정말 지겹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사타구니가 아파옵니다. ' 젠장 비도 안오는데 왜 아픈거지 ' 너무 길게 느껴져 사람들이 오면 같이 갈 요량으로 혼자 바지를 내리고 고추에 바람을 쐬며 기다립니다. 그러다 바지를 내린채 길가에서 잠이 듭니다. -oo-; 헬멧도 안벗고...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일어나보니 물,행동식,과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지친 마음에 슬슬 또 달려보았더니 아니 이게 왠걸 D 구간이 쨘 하고 나타났습니다.



* D 구간(1) - 잠깐의 휴식

 하늘 숲 추모원 인가요? 출구를 앞에 두고 거의 다와서 저는 지쳐 쓰러져서 잠이 든것이었습니다. 체크포인트에 계신분이 15 번째로 들어오셨다고 이중에 다섯 분은 쉬고 계시고 열분 정도 출발하셨다고 말씀을 해주십니다. 서포터는 야속하게도 역시 없습니다. 자출사분들은 늘 같이 온 동료로 저를 착각하시고 또 저를 부릅니다. ㅠooㅠ 정말 물한잔 얻어 먹고 싶었으나 물이 귀하니 달랠수도 없고 또 화장실로 달려갑니다. 다행히 정수기가 있어 목을 축입니다. 문숙이는 어디쯤 왔을까.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이온 음료도 하나 뽑아 먹습니다. 멀리서 지원조 차량들이 부럽기만 합니다. 배도 약간 고프고 쑤시고 아픕니다. 수목원 관계자분들과 자전거 가격을 이야기 하다가 다시 출발하는데 뒷바퀴가 또 흔들거립니다. 체인에서 뒷바퀴를 분리해 다시 손으로 조이고 수목원의 잘 포장된 도로를 달립니다. 뒤에서 차량이 저를 응원하듯이 추월하지 않고 가만히 따라 옵니다. 아마 장례식장에 가시는 분인가 봅니다. 임도에 들어서니 또 혼자입니다. 이때 서포터와 통화하고 농협에서 만나기로 약조를 합니다. 지겨운 임도를 다시 끝내고 가랑이가 쏠리고 엉덩이에 통증을 느낍니다. 우리 서포터는 절대 밖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날씨가 더우니 선수들이 서포터 차량을 찾아야만 합니다. 영각이를 만나서 몇마디 더 갈궈줬더니 왠일인지 꼬리를 내리더니 국 데워 준다며 반찬을 꺼냅니다. '국은 됐고 카레나 줘봐' 데우지도 않은 카레를 아이스박스에 얼음과 있던 찬밥에 비벼 먹었습니다. 똥도 마렵고 피곤하기도 하고 이때 한두시간 잠을 청합니다. 자고 난뒤 사타구니의 쓰라림은 두배가 되었습니다. 화장실에서 큰 용변을 보는데 똥구멍도 다소 타격을 입은것 같습니다. 똥구멍과 엉덩이는 두배로 불어나고 가랑이는 다시 바늘을 찌르는 고통을 선사합니다. 근육 테잎으로 사타구니에 붙이려 했는데 이미 진물이 나기 시작해서 그냥 떨어집니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이제부터 야간 라이딩 대비를 합니다. 건전지 두개와 Q5 1개 피쉬라이트 1 개, 그리고 얇은 방한복. 자전거에 올라타니 산모의 고통이 느껴집니다. 지난해 패배의 안좋은 추억이 떠오릅니다. 정말 가기가 싫었습니다. 그러나 친구를 버린 배신자는 친구를 다시 볼 면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달렸습니다. 철길을 지나고 매월임도 였던가요? 그곳으로 진입합니다. 바지를 내리고 고추에 바람을 쐬이는 라이더 서너분을 만납니다. " 고추에 바람 좀 쐬고 가세요 ~ " 함께 달리는 분들이 있어 부러웠습니다. 문숙이 생각이 떠오르지만 마음 약한 생각을 하면 안됩니다. 그 분들에게 따라잡히지 않으려고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한참을 가는데 앞에 거북이처럼 달리는 핫핑크색의 낯익은 라이더 하나가 보입니다. " 죄구야~! " 제구입니다. 무보급으로 혼자 달리겠다던 죄구. 죄구를 보니 지친 기색이 역력합니다. 너무 반가워서 제가 가지고 있는 비상 식량을 다 떨궈줍니다. 쏘세지,  파워젤 넙죽넙죽 받아 먹는 제구는 배가 무척 고팠나 봅니다. 같이 좀 달리다 보니 죄구는 많이 지쳐있는가 봅니다. 작년 280 을 완주했던 제구... 작년에는 제구가 저를 앞지렀지만 이번엔 제가 제구를 뒤로 합니다. 헤어짐의 인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금방 또 쫓아 올거니까요. 그러나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어둠이 깔려 후레쉬를 키고 달리는데 더이상 제구의 불빛은 보이지 않았고 아무리 달려도 앞의 사람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간혹 귀여운 토끼가 앞에서 알짱 거리곤 합니다. 라이트를 끄고 피쉬 후레쉬를 켜보았으나 예상과는 달리 피쉬 후레쉬를 키고 달릴 정도는 되지 못했습니다. 지겹고 외로운 코스를 넘고 넘으니 체크 포인트를 만났습니다. 앞에 한분이 계셨는데 누군가를 기다리시는 모양입니다. 무왕교 삼거리와 들꽃 농원이었나 봅니다. 저 혼자 밖에 없었습니다. 매점도 없고 가로등만이 쓸쓸하게 저를 비춥니다. 모라치고개를 지나 연속 두개 삼거리에서 졸라 고심합니다. 뒤로 돌아가 인가에 물어볼까 하다가 오른쪽으로 향했는데 다행이 길이 맞습니다. 혼자 다니니 너무 외롭습니다. 가랑이도 괴롭습니다. 마을 회관을 지나는데 차가 몇대 서있었으나 우리 차량은 아니었습니다. 한참을 또 실망해서 내려가는데 345 도로와 만납니다. 아니 근데 이렇게 반가울수가 서포터 영각이가 왠일로! 먼저 도착해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 사람도 만나지 못해 외롭고 지쳐 있었는데! 기대도 하지 않았던 영각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니!!! 정말 큰 힘이 되어 줬습니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틀리지 않다고... 잘하고 있다고 기필코 완주하고 말겠다고 마음을 다져봅니다. 물과 행동식을 보충하고 오늘밤 기필코 완주하노라 말하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뒤에서 영각이가 저를 응원합니다. 그러나 앞에도... 뒤에도... 라이딩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혼자 어둠속을 뚫고 달리니 지금도 달리고 있는 문숙이와 제구가 떠오릅니다. 촛불을 켜고 지원조를 기다리는 남녀 한쌍이 저를 응원해 주십니다. " 화이팅! 멋지십니다! " 혼자라는 생각과 집과 가족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코가 찡하더니 눈물이 핑 돕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다시 비룡산을 오릅니다. 한참을 헤메고 내려오니 체크포인트와 만납니다.

* D 구간(2) - 자전거의 이상

"여기부터 싱글 입구 입니다. 답사를 하지 않으셨다면 찾기 힘드실겁니다. 주의하세요 " 이 말을 들어서인지 정말 한참을 헤멨습니다. 이길인가 저길인가 혼자 새벽에 이게 뭐하는 짓인가... 묘지는 어디이며 난 왜 여기서 혼자 방황하고 있는것인가... 본부장님 김현님께 또 전화를 드립니다. 설명을 해주셨으나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습니다. 30 분을 헤메도 지나가는 이도 없습니다. 분명 이 산 하나만 넘으면 영각이도 기다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소리를 외쳐 봅니다. " 아무도 없어요?" " 영각아! ~ " 아무리 외쳐도 산하나 넘으면 기다리고 있다는 영각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체크인트까지 다시 가려했으나 길을 돌아가는게 너무 아까워 혼자 계속 길을 찾았습니다. 알고보니 풀숲에서 오른쪽을 향해야 하는데 저는 왼쪽의 누군가 깎아놓은 풀숲에서 헤메였던 것입니다. 그래도 길을 찾았다는 기쁨에 페달링을 서둘렀습니다. 280 의 노란 표식이 나타나고 왠 밧줄이 나타납니다. 이게 뭐지?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화살표는 분명 밧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혼자 혀를 찹니다. 이런데를 혼자 어떻게 올라가라고 -oo-;;; 한손으로 밧줄을 잡고 한손으로는 자전거를 들어 올리다가 떼구르 굴러 떨어지기를 두어번. 있는 힘을 다해 절벽을 기어 올랐습니다. 그리곤 다시 페달링을 하는데... 자전거가 이상합니다. " 달그락 달그락 " 스포크가 부러졌습니다. 산에서 헤멜때 나무뿌리에 걸려 있는 힘을 다해 잡아 당겼더니 스포크가 부러졌습니다. 40~50 km 정도 남은것 같은데 작년 제천 280 의 장비 이상으로 중도 포기해야 했던 가슴아린 기억이 다시 떠오릅니다. 미칠것만 같습니다. 가슴이 갑갑해져 옵니다. 끌바로 완주 할수 있을까? 휠셋을 교체할수있을까?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부러진 스포크 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산을 넘어 턱걸이 고개에서 영각이를 다시 만났습니다. 다른 서포터도 한분 기다리고 있길래 여쭤보니 정비는 못하신다 합니다. 새벽 1 시 고실장한테 전화를 겁니다. 그는 현명하게 임시 대책을 가르쳐줍니다. 최대한 장력을 유지하라! 저는 스포크를 구부립니다. 왜 제껀 둥근 스포크도 아니고 넙적한 스포크였을까요 구부리기가 더 힘드네요. 낚시바늘 모양이된 스포크에 케이블 타이를 허브쪽으로 당겨 임시 조치를 합니다.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포기하고 싶습니다. 영각이는 곁에 있지만 아무도 없는 산을 또 들어가기가 두렵습니다. 게다가 밧데리를 총 세개 준비 했으나 이미 두개를 써버렸습니다. 작년에 산 물건들이라 보통의 수명보다 일찍 닳아 버렸습니다. AAA 아답터를 준비했지만 가게문은 연곳이 없고 어둠속에서 자전거가 망가지면 끌바로 내려올 자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의 입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 오늘 밤 끝내버릴거야! 나 갈게 ! 화이팅! "



* E 구간(1) - 밀려오는 졸음

 라이트는 점점 깜빡거리는데 작은 불빛이 보입니다. 가까이 가보니 반딧불입니다. 아름답습니다. 졸렵습니다. 전화기 안테나가 잡히는 곳에서 영각이한테 전화를 겁니다. 너무 졸렵다고 ... 아내는 핸드폰 밧데리가 없어 연락을 하지 못했습니다. 핸드폰 사진속에서는 11 개월된 민주가 장난스럽게 깔깔깔 웃고 있습니다. 너무 보고 싶습니다. 두 다리에서 쥐가 나고 싶다고 신호를 보내옵니다. 자전거가 또 말썽입니다. 림이 휘었는지 페달링 할때 체인을 탕! 탕! 탕! 하면서 팅겨 버립니다. 오기전에 체인도 새것으로 교체하였으나 림이 휘면서 스프라켓도 함께 균형을 잃었나 봅니다. ' 여기 까지 인가 ... ' 페달링을 살살해도 조금만 업힐을 만나면 탕! 탕! 거리며 체인이 헛바퀴를 돕니다. 오르막에서 더이상 두다리의 힘이 뒷바퀴에 완벽히 전달되지 않자 부정적인 생각이 한개 두개 늘어갑니다. 부정적은 생각들은 피곤함과 졸려움으로 판단력이 흐려진 나를 포기로 인도합니다. 그러나 쓰러질듯 말 듯 두 다리는 무의식적으로 움직입니다. 반딧불이 저의 뺨을 스쳐갑니다.  길을 잃고 몇 번은 남의 도움에 의해서 또는 바닥의 표식에 의해 다시 바로 잡았지만... 마지막 한순간 까지 갈래길의 선택은 제 스스로 해야 합니다. 게다가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  280 ↑  '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거니... 
 

* E 구간(2) - K9... 매월역

 그는 나의 구세주였습니다. 어둠 속의 한줄기 따스한 불빛이었습니다. 꽃미남 영각이가 라면을 끓여 줍니다. 그것도 먼저 도착해서 말이지요. 맛나는 김치와 함께... 영각이한테 했던 모든 불평 불만은 씻은 듯이 잊어 버립니다. 배를 간단히 채우고 이때 거제 MTB 형님을 만납니다. 캐논데일의 멋진 자전거를 타고 오신 형님께선 8 등으로 도착해 쉬고 계시다가 같이 갈 사람을 기다리셨답니다. 외롭지만 자전거 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말씀드렸는데도 같이 가시겠답니다. 240 km 를 혼자 달렸습니다. 갑자기 함께 누군가와 달리는게 두려웠으나 자전거에 문제가 발생하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라이트도 거의 다 되었고 해서 함께 하기로 합니다. 영각이가 다음 코스로 차량의 불빛을 비추며 안내합니다. 가는길에 자전거를 실은 스타렉스가 방황합니다. 설마 점프하시는 분은 아니겠지요. 아닐겁니다. 어둠속에서 길을 찾으려니 정말 힘듭니다. 거제 MTB 분들은 답사도 오셨다는거 같았는데 길을 몰라 또 다시 김현 본부장님께 전화를 드립니다. 새벽 4 시에도 불구하고 전화에 응하셨으며 싫은 내색 한번 안하십니다. 본부장님의 도움을 받아 그리스 수양관을 지나 본격적인 코스로 진입합니다. 게제 MTB 형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린 엉덩이가 너무 아파 서로 신음을 내뱉으며 끌바도하고 먹을 것도 나눠먹고 노가리 삼매경에 빠집니다. 엉덩이도 아프고 코스도 막바지고 해서 놀메놀메 살살 걷다 시피 다녔습니다. 날은 점점 밝아오고 우린 표지판 하나를 발견합니다.

* E 구간(3) - 또 한번의 절망

" 이게 뭐지? "
아 이럴수가 !!!! 낮에 지나왔던 C11 의 금왕임도 삼거리!!!!!  우린 잘못된 길을 타고 왔습니다. 금왕임도(2) 삼거리에서 좌측방향으로 진행했어야 하는데 무심코 직진을 해버려 낮에 그토록 욕이 튀어나오도록 지겨웠던 금왕리임도(1) 에 다시 서게 된것입니다. 자전거도 체력도 최악의 상황인데 골인 지점을 20 km 남겨두고 낮에 왔던 길로 되돌아 가다니요. 제발 사실이 아니길 내가 눈으로 본것이 사실이 아니길 기도하며 여기저기 전화를 시도 합니다. 그러나 전화는 이미 기능을 상실하고 외마디 암호같은 말을 서로 주고 받기만 하였습니다. 내용의 조합은 ' 여기가 아니다 ' 였습니다. 이때 거제 MTB 형님에게 먼저 가야한다고 인사를 드립니다. 끝까지 함께 가자고 하셨지만 저는 그럴수가 없었습니다. 랠리팀 전원을 위험에 빠뜨리고 친구를 배신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 여유를 부리며 자만했던 저를 원망하고 자책하며 분노의 페달링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페달링을 아무리해도 체인은 거문고 줄 튀기듯이 탕탕 거립니다. 이 때부터 엉덩이의 재활을 포기합니다. 아팠던 엉덩이를 위해 널널한 댄싱으로 왔었는데 현재 상태에서 적절한 구동력을 전달하려면 안장에 앉아야 합니다. 엉덩이 망가지고 전립선이 짓눌리는거 이제 생각도 안합니다. 자전거의 림이 휘어버리는 재수없는 최악의 상황을 한시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복잡한 머리를 부여잡고 도착한 갈림길 E6... 바닥에 신발로 화살표를 크게 그려 놓습니다. 거제 형님한테 그 사실을 알리고 조심해서 오라고 전해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달립니다. 너무 멀게만 느껴집니다. 몇사람이나 지나갔을까? 이미 두시간과 약 30 km 이상을 다른곳에서 허비하였습니다. 미친듯이 엉덩이를 혹사 시킨 후에 체크포인트를 지납니다.

* E 구간(4) - 마지막 임도를 탈출하며

 "19 번째세요"

다시 엉덩이를 짓누르며 달리니 앞에 두분이 공사중인 벗고개를 오르고 계십니다. 추월하였으나 길을 모릅니다. 다시 내려와 전화를 해보고 다시 올랐으나 길을 모릅니다. -oo-;; 그 두분도 저 때문에 방황하십니다. 사전에 코스를 제대로 읽어 보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30 여분을 헤메고 있으니 거제MTB 형님께서도 제가 방황하고 있는 벗고개 다리 입구에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역시 길을 모르십니다. 여기 저기 찾아 헤메이고 있는데 이중 한분이 바큇 자국을 찾아내서 그 바퀴 자국을 쫓아 갑니다. 마치 동물을 쫓는 사냥꾼 처럼 그 분은 바큇 자국을 찾아내셨습니다. 저는 덕분에 입구를 찾아 내고 임도에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비룡산 임도...사실 20 km 가 채 남지 않아서 마지막 코스는 적당히 피니쉬의 기분을 만끽하게 할 줄알았습니다. 그러나 지칠데로 지친 몸은 임도의 입구에서 힘을 빼앗기고 그토록 좋아하던 다운힐은 손목과 손바닥에 잊지 못할 고통을 선사하였습니다.

"철푸덕!"

넘어졌습니다. 이번 280 에서 처음으로 넘어 진것 같습니다. 손목과 손바닥, 엉덩이에 지옥같은 고통이 밀려오고 양옆의 덩쿨은 맨살의 팔을 면도칼로 베는 듯한 고통을 주고 있는데도 깜빡 졸고 말았습니다. 지겹도록 계속되는 다운힐에서 무서운 속도에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큰 상처는 없었지만 온 몸이 아려옵니다. 밤새 달고 다니면 Q5 도 이때 떨어진것을 모르고 달리게 됩니다. 등수가 더 밀려날까봐 얼른 일어나서 달립니다. 농로의 시멘트 포장길을 달립니다. 아 이제 정말 280 의 끝이 다가오는구나! 적산거리를 확인하니 이미 310km 를 넘었습니다. 논 사이의 포장도로를 달리면서 주의를 살펴보지만 앞뒤에는역시 아무도 없습니다. 바닥의 280 의 숫자와 화살표만이 저를 안내합니다. 한참을 지나자 어제 보았던 단월면의 레포츠 입구의 굴다리가 보입니다. 너무 반갑습니다. 행복합니다. 가슴이 벅차 옵니다.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1 년 동안 그토록 바래왔던 280 완주를 드디어 목전에 두고 있었습니다. 펑펑 울어버릴까? 바닥에 드러우울까? 어떤 세리머니를 할까? 혼자 코끝이 찡해져 피식피식 웃으며 굴다리를 지납니다.


*  FINISH 라인 - 지옥의 끝

 FINISH 라인은 고요하리만큼 조용했습니다.
마을을 지나면서 몇몇 분들을 보았지만 피곤해 지쳐서인지 아무 표정이 없습니다. ㅎㅎㅎ
주차장을 지나 마지막까지 힘을 다해 피니쉬를 지났지만 박수를 쳐주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갑자기 무표정해 집니다. 아니 무안해집니다. 내가 잘 못 온건가?

 " 902 번 선수가 지금 입장을 하고 있습니다! 큰 박수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
하면서 록키의 음악 틀어주었던 작년 제천 280 을 보고 제가 기대를 너무 한 탓인가 봅니다.
레이싱 걸은 아니더라도 ... ㅎㅎㅎ
FINISH 라인을 지나 단월 레포츠 공원에 들어섰는데도 누구하나 쳐다 보는 이가 없습니다. ^oo^;;;
곁엔 아무도 없고 주변을 돌아 보니 번호표를 배부 받던 곳에 몇분이 계십니다.
끝에 한 분이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계시길래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 저기... .... 저... 왔는데요... "

" 아 ~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 뭐 받아가야 하나요? "

" 네 완주증 받아가시면 됩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ㅎㅎㅎ

 작년 280 때 마시지 못한 막걸리 한사발과 국수 한그릇이 머리를 스쳐갑니다.
테이블 위에 먹다 남은 수박과 막걸리가 보이는듯 했지만 운영진 분들의 것인거 같아 감히 물어볼 수가 없습니다.
저를 내려다보니 윗옷 한개로 버텼더니 거지꼴입니다. 풀에 베인 면도칼과 핏자국들이 수두룩 합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인조 잔디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울음 섞인 숨을 쉴 줄 알았는데...
피니쉬 라인에서 감동의 사진 한방 멋지게 찍고 막걸리 한사발 들이킬줄 알았는데... ㅋㅋㅋ
너무 일찍 들어왔나 봅니다. 저보다 일찍 들어오신 18 명의 선수들은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어깨에 갑자기 기운이 빠지면서 맥도 풀립니다. 화장실에 씻으러 갔더니 물이 나오질 않습니다.
하하하 이것참 허무하네. 누군가 물이 나오는 곳으로부터 수도를 빼놓아 호스를 이용해 얼굴을 적십니다.
아무도 환영해주지 않는 피니쉬 라인에 혼자 있기가 무안해서 다시 경기장 밖을 맨발로 나갑니다.
앞에 들어오신 18 분의 선수들도 나처럼 똑같은 기분이었을까? 가슴이 저며 옵니다.
뒤에 들어오시는 분들은 저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기를 빌며 주차장에서 후미를 지원하고 있는 영각이를 기다립니다. 일년을 기다렸고 이제 일년을 준비한 친구들을 기다릴 차례입니다.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에 빠지다 길가에서 꿈나라로 빠져듭니다...

- 제 10 회 대한민국의 280 랠리 완주기 끝 -



* 소감문

 두서 없이 적은 글인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년 280 에 대한 가슴 아픈 추억으로 1 년 동안 기다리던 완주를 꿈꿔 왔습니다만 기대와는 달리 FINISH 라인을 통과 했을때 매우 허탈했습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분들이 FINISH 라인에서 성취감과 감격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운동장도 한바퀴 돌고 록키 음악도 틀고 말이죠. ㅎㅎㅎ 280 랠리 전반적인 준비와 운영에 있어서는 오랬동안 고생하신 분들의 노력이 매우 빛난 랠리였다고 생각됩니다. 많은 분들이 노력하셨고 준비해주셨는데 FINISH 라인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280 을 사랑합니다.

* 감사의 말씀

성환MTB 배성환 형님 - 늘 아무말 없이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환MTB 고석질 실장 - 덕분에 자전거 소음이 없어져서 좋았어. 텐트도 잘썼다.
UBEC 어학원 김영각 - 서포터 고생많았어. 내년엔 니가 렐리 나가라 내가 지원해줄게. 사랑해
청주라이더스클럽 장로크 양문숙 - 너 한테 할말은 다 했다. 평생 잊지 못할거야. 완주 축하해
청주라이더스클럽 렌 연제구 - 넌 역시 대단해. 완주 축하해
청주라이더스클럽 겐죠아빠 이상석 - 미안해요 저 때문에 리타이어 한거 같아서.
청주라이더스클럽 황금비율 - 정비 도구 지원 땡스~ 근데 차라리 자전거를 지원해줘. ㅋ
청주라이더스클럽 진발이 홍진규 - 휠셋 지원 고맙다. 근데 못 써먹었어 ㅎㅎㅎ 덕분에 든든~
청주라이더스클럽 황맨 황경수 - 막창에 소주한잔의 응원 정말 감사합니다.
청주라이더스클럽 이상민 - 내년에 황맨형님하고 나가세요 지원할게요 ㅋㅋㅋ
청주라이더스클럽 왈바팀 장낙규 - 내년엔 꼭 완주해라. 드롭바에 패니어로 꼭 성공하길 빈다.
미추 추어탕 박명수 - 아이스박스에 엄청난 얼음물. 고마워요 형. 늘 형한텐 신세만 지네요.
엄마 - 나 어디가는줄도 모르고 얼음물 얼려줘서 고마워.
아빠 -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내 - 미란아 사랑해 늘 미안하구 이제 자전거 조금만 타고 집에 충실할게...
딸 - 민주야 아빠 280 완주했다.

 끝으로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계속 되는 제 전화에도 한마디 불평없이 친절히 안내해주신 본부장 김현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찾아 뵙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이렇게 글로 대신해서 죄송합니다. 작년에 저장해 둔 번호를 올해 누르게 되었네요. 그리고 올해 280 을 위해 코스를 섭외하시고 답사하시고 여러모로 힘써주신 운영진 자원 봉사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생하셨습니다.
 
* Record
배번 : 902
Distance : 320 km
Time : 28 hours 15 min
제 10 회 280 렐리 완주자 : 청주 라이더스 클럽 대한민국 김정회

ps. 혹시 제 사진 더 가지고 계신분 없으신가요 ㅠooㅠ

댓글목록

profile_image

신바람1님의 댓글

신바람1 작성일

친구를 배신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셨네요. ㅎㅎ
랠리를 즐기신 것이 아니라 거의 시합처럼 생각하며 조급하게 뛰신 것 같습니다.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겠지요.
고생 많이 하셨고 완주 축하드립니다.

profile_image

대한민국님의 댓글의 댓글

대한민국 작성일

다시 또 리타이어 하기 싫어서 언제 또 출전할 수 있을지 몰라 최악의 상황(끌바)을 고려해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았습니다. 고맙습니다.

profile_image

독수리님의 댓글

독수리 작성일

피니쉬라인, 항상 조용했습니다.
[제천에서 비행장이라 좀 소리쳐도 괞찬았지요~]
본부석수박/물 들어오시는분들 드시라고 저희가 준비해놓았는데 드시지,
완주 축하 합니다.
좀더 준비해드리지못해 항상 죄송 합니다.

profile_image

대한민국님의 댓글의 댓글

대한민국 작성일

코스 준비하시느라고 고생 너무 많이 하셨습니다. 코스에서 운영진의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덕에 펑크 한 번도 없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profile_image

박명하님의 댓글

박명하 작성일

완주 축하합니다.. 280은 누구나 일등입니다.. 담엔 꼭 같이 1등하세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