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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후기

1년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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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야간주행
댓글 0건 조회 7,490회 작성일 09-06-3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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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도 모르고 나갔던 작년 랠리에서

가볍게 낙오하고 돌아온 날부터

그 후유증은 몇달동안 나를 괴롭혔다

분하고 원통했다 ㅠㅠ

 

온몸이 비에 젖고

흙탕물로 온몸이 범벅이 된

심란한 몸과 마음으로, 저녁식사 포인트 지점을 지나쳤다

1.5키로 정도 다운한 후에 곧바로 이어지는 2키로의 끔찍한 업힐을 마치고선

다시 저녁식사 포인트까지 다시 돌아오면서

나는 느낀다

아웃이구나 ...ㅠ

이미 배가 너무도 고파서 힘이 빠져 버린 것이다

 

사실 이때 나의 낙오는 정해 졌지만

식사 포인트에 오니

막강한 지원조의 감동지원에 접을수가 없어서

눈을 부릅뜨고 길을 나섰으나..

아까 올랐던 언덕을 힘겹게 다시 오르면서도 이미 아웃된 컨디션은

살아 나지를 않는다

엉덩이는 안장에 앉을수 없고

페달링엔 힘이 하나도 없다....

 

190Km지점의 숙소에 들어오니

모두들 잠이 들어있고

바깥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숙소에 들어가서

옷 입은 채로 1차로 씼은뒤

옷을벗고 다시 깨끗하게 씻고서

새옷을 갈아 입으니 날아갈 것 처럼 상쾌한 기분이지만

몸은 삐리리 해서 길을 떠날수가 없다, 도저히

잠자고 있는 리키님을 깨우니

다리도 쩔뚝 거리고 상처가 꽤 심란하게 생겨서

가지 말라고 했지만

"간다"고 단호하게 한마디 한다

그래 그렇다면 안전하게 완주해라...

이렇게 엇갈린 결과가 작년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리키님은 외롭게 스스로와의 싸움을 이겨 내었고

나는 나와의 싸움에서 진 것이니깐...

 

도저히 용납이 안되었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함도 아니고

내 스스로 용납이 안되고

도저히 용서가 안되었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것 이다...

 

 

 

듣자하니 09년 양평랠리에선 제일빠른 도착자가 21시간 이란다

하지만 이런건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도 빨리 들어오려고 마음 먹었다면 아마도

리키님 도착시간인 27시간 정도이내엔 들어올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리키님은 마음먹고 달리면 더 빨리 들어왔겠지만...

 

이번 랠리에 참가한 사람들중에서

랠리준비로 나보다 자전거 많이 탄 사람은 없을것이다

평소에도 매일타지만 랠리 준비모드로 들어서는 한달 이상을

좋아하는 술도 자제하며, 매일 100키로 정도씩 라이딩 했으며

평일에 160키로를 탄 적도 있었다

난,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답사도 2번 다녀왔고

코스도 완만하여 완전 관광모드로 다녀왔으니까

자신이 없을수가 없었지

 

호흡곤란인이면서도

인라인 동호회였던 에이사이드(지금은 인라인과 자전거를 함께하는 걸로 변화했음)인이라서

입장이 참 거시기 한데

지금의 나로서는 마음에 안 들지만 어쩔수 없이 두집 살림을 하느라고

참 난처한 일이 많은 상황이다

이번 랠리에서도 호흡곤란으로 출전했어야 하는데...

 

예상했던대로

원종씨,상민씨,을식씨가 한묶음으로 달리고

종범씨,용석씨,와 함께 달리고 있는 나

시나리오를 생각했던 것 처럼

용석씨와 종범씨는 함께 달리고

나는 홀로 다닌다

나는, 역시 "독고다이"가 체질에 맞는다

체력안배를 위하여 오버는 하지 않지만

평소 혼자 라이딩 할때의 습관으로

논스톱으로 달리기 때문에 속도는 괜찮다

물도 무정차로 마시는데

흙먼지 잔뜩엉겨붙은 물통의 물은 마시기도 참 거시기 하다

흙먼지에 위생적인 물통을 얼른 구해야 겠다

 

나는 사람들과 포커나,고스톱을 하룻밤 쳐 보면 그 사람 됨됨이를 빠삭하게 꿰뚫는 혜안이 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동생들이라서 굳이 사람 됨됨이를 논할 이유는 없지만

사람대로의 특성이 있어서 라이딩 스타일도 다른 법이라서

혼자 라이딩 하는게 내 성격에 딱이다

특히 이런 장거리 라이딩에선 더욱 그렇다

어지간히 짧은 거리라면 성격 안 내놓고 함께 하겠지만

장거리에선 나도 힘드니깐

내 페이스대로 가는게 맞지 싶다

 

"찌질이 아우들"이 잘 하는지

끌고도 싶지만,  아우들은 그것도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고...(사실 끌긴 뭘 끌어..)

맘편히 나혼자 잘 가는게 도와주는 것 이리라~~~

물론 나도 아우들만 챙기고 있을 형편이 못되게 힘이든다

 

한강 라이딩에서도 내옆을 추월해 가는 사람들로 인하여

안좋은 성격 탓인지, 레이싱을 하게 되는데

랠리에서도 그렇다

난, 호흡곤란 팀복을 입고 나갔으니

제낌을 당하면 쪽팔리니깐

레이싱을 한다

이건 해도해도 끝이없는 레이싱...

한사람 제끼면 또 한사람, 또 한사람...

아마 B코스부터 혼자 라이딩 한 것 같은데

이건뭐 강촌대회 라이딩 처럼 조져대는 사람이 꽤 된다

저렇게 다니면 평속 20키로는 넉넉히 나올것 같다

그럼 14시간만에 완주인가?

나는 라이딩평속이 12.9Km, 랠리 전체평속 9.7Km 나왔는데..

 

올라갈땐 많은사람을 추월해도

다운할때는 추월 당하는 나...

다운 스킬이 부족하니, 대단히 불쾌한데 방법이 없다...

그러다가 조금씩 몸이 풀리면서 다운 테크닉이 자절로 몸에 입력이 된다

앞바퀴 브레이크를 거의 안잡고 뒷브레이크만으로 살짝 제동하면서 다운하거나

아예 브렉을 안잡고 그냥 조져 버리는 나...

자갈길에서도 30키로를 훌쩍 넘길 정도로 팔에 힘을빼고

브레이크레버에 손가락만 대 놓고 그대로 쏜다

온몸의 힘을 쫙 빼고 바퀴 굴러가는대로 온몸을 맡긴다....ㅋ

"이렇게 넘어지면 완전히 가겠지"

하는 생각도 있지만

이미 나의 몸은 레이싱 다운 모드를 확실하게 소화해 버린 후 였다.

 

 

 

하프코스 직전의 계정리의 식당에는

일몰무렵에 도착했다

우리가 예상한 라이딩 시간보다 조금씩 빠른 편이라서 맘이 놓이고

식사후 식당에서 잠도 "푹" 잤다

일어나보니 을식씨가 "만세"를 부른후

차로 복귀한 상황이고

상민,원종씨가 막 도착해서 식사후 누워있다

아...한숨 더 자고 싶다

온 몸의 근육통과 못내 떠지지 않는 눈을 부비고

장비를 챙기는 나는

마치..군생활때 서울이 공습당하고 있다며 비상이 걸린 상황과 다름이 없었다

"내 한목숨 조국에 바치리라"...했던 그날과 다를게 없다

나는 가야한다.

 

아우들이 먼저 출발하고

나는 느긋하게 뒤 따르기 시작했다.

모두들 잠든 새벽 1시20분 이다

매월임도와 고래산임도 까지는 이렇게 홀로 라이딩을 했는데

자연의 속삭임과 칠흙같은 어둠속을

하나의 라이트빛에 의지해서 나는 자전거를 탄다

하늘엔 별이 빛나고 있고

불현듯이 뭔가  반짝 거린다

그런게 여기저기...

아니 많이 반짝 거린다

"반딧불이" 내 기억에 잊혀져 있던 반딧불이를

이렇게 고생하는 순간에 만날 줄이야...

이번 랠리에서 가장 감명깊은 장면은 이 순간이다

내 언제 또 이런 장면을 볼수 있을까?

감사하다

이런 추억을 간직하게 되어서

 

그렇게 벅찬 감동을 지나치고 아우들을 만나서 함께 가는데

자전거의 핸들이 "갈지자"로 다닌다

졸음이 와서 눈꺼플이 무겁고 핸들링이 맘대로 안되고 있다

아우들도 똑 같이...

이름모를 언덕의 땅바닥에서 우린 모두 누웠고

깜빡 잠이 들었다.

"아 추워" 하는 소리에 눈을 떴는데

얼마나 잤는지 시간을 모르겠지만

우리는 다시 출발 해야만 한다

왜 ?...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니까.

 

아무리 고단하고 지친 영혼도 다시 일어나야 한다

 

다시 날이 밝아지니

졸음에서 벗어나고

컨디션도 조금 돌아온다

평소 라이딩 할때 안면있는 분들과 반갑게 인사도 하고

사진도 서로 찍어주며

차츰 여유가 생긴다

 

계획된 포인트에서

지원조가 정확하게 준비해 주는 덕에

때에 맞추어서 식사도 하고

배낭엔 약간의 행동식만 메고 다니면 되었다

허기진 배를 채워줄 빵3개, 쵸코바1개, 파워젤2개,양갱1개,비상물 500ml, 비상약품이

내 배낭의 내용물이고

경험상 이 물품이면 6시간 빡씬 라이딩이 가능하다.

물론 자전거에 매 달린 안장가방엔 튜브,펑크패치,렌치셋트, 케이블타이, 브레이크패드가 든든하게 들어있고 자

전거엔  700ml의 수통과 펌푸도 매달려 있으니 어지간한 불상사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지원조 없는 280랠리는 자신이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점점 도착점이 가까워지며

힘든 라이딩도 마무리가 되어 가는 즈음엔

길가에 지천으로 널린 산딸기도 따 먹으며

한껏 여유도 부리고

끝나가는 고생길이 아쉬워서

점심식사후엔 아예 늘어져서 한참을 쉬다가 출발 하기도 했다

 

눈앞에 보이는 피니쉬

33시간29분에 통과했다

 

자전거 초보가 얼껼에 출전했던 작년엔 

몇달간, 아니 1년간이나 그렇게 분통했던 낙오 조차도

용서가 된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280랠리는 성실하게 준비된 자만이 그 결과를 얻는다

 

 

만세 !

712번은 이제 280랠리에서 영구결번이 되었다

나는 해마다 랠리에 나갈 것이다

1년간 짊어진 "세상의 짐"을 36시간동안 280의 거리에 뿌려 버리고

돌아올 1년간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80랠리여 영원하라...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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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칼님의 댓글

자칼 작성일

가슴 뭉클한 감동의 후기였습니다...정말 좋은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내년에도 완주를 기원합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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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님의 댓글

독수리 작성일

호흡곤란팀 설악맨님이 활동하시는곳이라 ~~~
완주못하면 왜러 잘못이겠습니다.ㅎㅎㅎ
 정신력이 동반된 도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 합니다.
영구결번 축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