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로망MTB]17회 강릉 280랠리 후기 > 라이딩 후기

본문 바로가기
Since 2000 산악자전거 280랠리 커뮤니티 포털

라이딩 후기

[일산 로망MTB]17회 강릉 280랠리 후기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낭자
댓글 0건 조회 6,359회 작성일 16-06-28 22:46

본문

후기에서 지원조 언급이 많은 것은 랠리 참가에 선수조와 지원조가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추며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원조 부분이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이번 랠리에서 가장 수고하고 고생하신 지원조 분들의 노력이 가볍게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만, 재밌게 쓸려고

그렇게 표현하였으니 지원조 분들의 이해를 먼저 구하고, 보시는 분들이 가려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번 280rally를 무사히 다녀 온 것은 오롯히 장군님과 지온님의 사심없는 지원과 열정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출발 하루전]

금요일 저녁 7시쯤 출발 장소인 우리집 아파트 주차장으로 모입니다.

공용물품부터 개인물품까지 하나둘 주차장으로 옮기는데 장군님과 지온님이 도착합니다.

지원차량이 승용차다 보니 테트리스를 잘 해야 합니다.

짐정리 하는동안 훈예린님 도착하고, 다시 짐정리, 캐리어 설치, 자전거 장착......

8시쯤 출발하면서 원당역아래 추어탕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강릉으로 출발합니다.

 

이번 280랠리는 다른 280랠리하고 조금 다릅니다...

예전 로떼님의 지원이 인공지능 알파고 지원이었다면,

이번 지원조는 16비트 Dos 체계의 지원이기 때문에 별탈없이 지원을 받으려면 지원조 컨디션이 이번 랠리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해서, 선수조 2명이 강릉까지 눈비벼 가며 번갈아 운전합니다.

먼저 내가 운전을 하고 횡성에서 훈예린님이 운전을 합니다.



고속도로 공사 때문에 한시간여 지체 끝에 열두시가 넘어 강릉 종합운동장에 도착합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서 차에서, 혹은 텐트에서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출발 당일]

알파고의 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도착해서 선수조가 짐 다내리고 장비사용법을 지원조에게 일일이 설명합니다.

근데 어째 재미가 없는지 반응이 신통치 않고 건성으로 듣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요....^^

그 결과가 뒤에 나옵니다.ㅎ

 

지원조 설명 아래 참조

* 지원조란 : 선수조의 혀와 같아야 하며, 모든 랠리의 전반적인 운영을 총괄하고, 선수조의 도착

                  시간, 체력분배 및 라이딩 속도 계산, 음식량의 칼로리 계산을 포함해 선수조가 최상

                  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낭비되는 시간이 없이 라이딩에만 전념 할 수 있도록 하는 컨

                  트롤 타워를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인용 - 믿거나 말거나..] 

 

자전거 확인하고, 야간에 라이딩을 할 수있도록 라이트, 밧데리, 맵설치를 하고 배번수령을

합니다.  02:30 자전거 검차를 하고나니 조금씩 긴장이 됩니다.


“내일 이시간에 나는 어디에 있을까....

그때도 나는 달리고 있을까...

아니면 어느 산중턱 임도주변에 잠들어 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에 긴밤을 하얗게 새고 있었습니다.

다른 선수들 역시 다르지 않겠지만....


남는 시간동안 BB 부스에 케로로님도 찾아가 만났습니다.

멀리 강릉에서 케로로님을 보니 옆에 있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뒤에 나오겠지만 케로로님 덕분에 이번 랠리 완주 할 수 있었습니다..^^

 
[힘들고 지쳐도 벌레처럼 꿈틀거려라...]


스트레칭도 하고 기념촬영도 하는 사이 어느덧 출발 시간이 다가옵니다.

낮선곳, 이른 새벽에 우리 지원조는 길은 잘 찾을수 있을지, 산속에서 헤메지는 않을지.....

선수조도 선수조지만 지원조도 걱정입니다.

 

드디어 출발신호가 떨어졌습니다.

100m 단거리도 아니고, 다들 그렇게 서두르지 않습니다...

경포호를 지나고, 강릉앞바다 해변도로를 달리는 동안 비릿한 바다내음이 싱그럽습니다.

멀리 수평선 넘어도 희미하게 밝아옵니다.

280랠리가 아니고 이곳에 왔다면 참 행복한 새벽이었을 듯 합니다.



20km의 도로를 달려 첫 번째 삼교리 임도에 접어듭니다.

여기서 상쾌님도 만납니다.

본격적으로 달리기 전에 새벽에 추워서 입었던 바람막이도 벗고 상쾌님과 셋이서 다시

출발합니다.

속도가 안맞아 상쾌님과는 곧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가다가 갑자기 훈예린님이 자전거를 세웁니다.

바람막이 벗을 때 시계를 두고 그냥 왔답니다.

 

누구나 280랠리에 처음 참가를 할 때 어떤 유형이든 신고식을 합니다.

근데 너무 일찍 신고식을 하네요 ㅎ

돌아가기는 너무 멀리 왔고, 돌아간다고 한들 그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쉬는 곳이라 찾을꺼라 장담도 못합니다.

훈예린님이 그때부터 조금 흔들리는 것 같아 마음속으로 불안했습니다.

다행이 곧 컨디션을 유지합니다.

 

삼교리 임도 초반쯤 왔들 때 사람들이 밀려 있습니다.

으레 첫 번째 싱글에서는 정체가 생겨 그러려니 했습니다.

근데 그러려니가 아니고 아에 움직이지 못합니다.

싱글은 랠리 후반에 배치해야 병목현상이 안생기는데,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한시간 넘게 제자리 서있습니다.

그렇게 가다서다 능선에 올랐더니 못가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길도 없는 낭떠러지입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싱글을 통과하고 다시 임도를 달려 첫 번째 지원포인트입니다.

멀리.... 저기 멀리.... 철없는 상큼발랄 두 미녀분이 우릴 보고 너무 반가워 춤을 추고 있습니다...

지원은 도스지만, 분위기는 역대 랠리 지원팀사상 최곱니다.

뭘 먹었는지 기억도 안나게 정신없이 먹고 행동식 챙겨서 다시 출발 합니다.

 

두 번째 지원포인트까지는 힘들지 않게 지나갑니다.

중간에 파주MTB 정도령님도 만나 시원한 식혜도 얻어먹고 예전에 같이 타던 산타MTB 회원들도 만납니다.

날이 더워 머릿속에는 시원한 맥주, 냉면, 얼음물.... 온통 그생각 뿐입니다 ㅎ

그렇게 두 번째 지원포인트인 신왕초교에 도착합니다.

 

[에피소드 1]

점심메뉴로 팔팔끓는 닭죽이 나옵니다..

숨이 터억 막힙니다...

출발하기전 장군님한테, “장군님 이 닭죽은 200km 지점 삽당령 도착했을 때 그때는 새벽시간이라 졸리고 체온도 많이

떨어지고 추울 것 같으니 거기서 꼭 끓여 주세요”

했던 그 죽이 나온겁니다.

농사지을려고 고이 길른 소를 잡아 밥상에서 고깃국으로 대면하는 기분입니다...

두분을 올려다 보니 두분 미소 참 해맑습니다...

많이 드시고 힘내서 꼭 완주하세요.. 하는 표정...(내 속도 모르고...)

땀 뻘뻘흘리며, 입술 데어가며 먹었습니다....ㅎ

 

[에피소드 2]

이 더운날에 달릴려면 물팩에 얼음 채우고 물을 채워야 됩니다.

낭자 : 장군님 각 얼음 좀 주세요?

장군 : 얼음 못샀어요..

낭자 : 마트에 없어요?

장군 : 아니 슈퍼에 없던데요..

낭자 : 그럼 지금까지 뭘.....?

장군 : 차에서 잤어요...

낭자 : ........

   

* 참고로 첫 번째 지원포인트에서 두 번째 지원포인트인 신왕초등학교 까지 라이딩 예상소요시간은 7시간, 차로 이동

할 경우 30분...

지원조에겐 최소한 6시간 이상의 시간이 있습니다. ㅎ

출발하기전 일산에서 장군님한테 신신당부했던 내용중에 현지에는 슈퍼가 거의 없으니, 각 얼음이나 필요 물품은

다음 지원포인트 이동할 때 반드시 시내를 들려 하나로마트나 대형마트에서 꼭 구입해야 한다. 라고

낭자도 로떼도 신신당부 했던 내용으로 그 당시 장군님의 대답도 초등학교 어린이처럼 씩씩했습니다.

맨 위 본문 [출발 당일] 부분에 언급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ㅎ

 
찬물 먹으면 배탈 날까봐 미지근한 물 챙겨주시는 배려깊은 우리 장군님과 지온님을 두고 먼길 떠나자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다음 구간은 곤신봉, 선자령 구간으로 이번 랠리 최악의 싱글이 있는 코스이며, 이구간의 컨디션 유지가 랠리의

성공여부를 좌우합니다.

예전에 수술했던 무릎부분의 후유증으로 약간의 통증을 호소하지만 아지까지는 훈예린님이 잘 달려주고 있습니다.

임도를 지나 마의 대공산성 싱글길.........

싱글길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랠리주자들의 모습이 무장간첩 침투훈련 하는 모습이 이와 같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우역곡절 끝에 곤신봉에 도착하니 선자령의 광할한 초원과 풍력발전기의 모습이 실로 장관입니다.

아무리 급하고 힘들어도 저녁노을의 선자령을 그냥 지나칠수 없었습니다.

이리 찰칵~! 저리 찰칵~! 요래 찰칵~! 조래 찰칵~!



“선자령아 오늘은 가야 할길이 멀어 이리 가지만 다음에 너를 다시 찾아 오마..”

 
해는 서산에 걸려 뉘엇 뉘엇 넘어가고 대관령휴계소 까지 어둡기 전에 도착할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다들 나뭇가지에 쓸리고 돌부리에 치면서 정신없이 내려갑니다.

계단 다운을 하다가 중심을 잃어 나무기둥에 잔차 앞바퀴가 쿵~!!!

한참을 내려가니 시멘트길이 나오고 정신없이 내리 쏘는데......

어?... 핸들이 뻑뻑합니다.

시멘트길이라 속도는 30km가 넘어가는데 핸들 조향이 안되어 차체가 같이 돌아 갑니다....

좀전에 나무기둥에 부딪히면서 뭔가 잘못된 모양입니다.

대관령휴계소 까지 가는데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잔차 때문에 못가면 어떻하나.. 랠리를 포기해야 하나.... 온갖 불길한 생각이 다듭니다.

별일 없어야 하는데....

갑자기 미케닉 지원나온 BB MTB 케로로님 얼굴이 떠오릅니다.

휴게소에 도착하자마자 훈예린님 보고 지원조 찾으라고 하고 나는 케로로님을 찾습니다.

케로로님이 먼저 저를 알아봅니다...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뒤에 장군님도 보이고 권영학MTB 싸우라비님도 보입니다... 미리 만나 같이 있었네요...

싸우라비님은 저보다 먼저 대관령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잔차는 케로로님 한테 맡기고 밤새 먼길을 위해 식사부터 합니다.

날도 어둡고, 랜턴 챙기랴, 보조 배터리 챙기랴, 헤드랜턴 챙기랴, 간식, 대관령 칼바람을 막기위한

고어텍스 자켓 등등 챙길건 왜리 많은지....

배낭이 갑자기 무거워 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챙기고 지원조와 다음장소를 기약합니다.


[1일차 20:45분]

이번에는 싸우라비님과 같이 동행하기로 합니다.

제가 선두, 무릎아픈 훈예린님이 중간, 싸우라비님이 후미....

험한 싱글길에 멜바, 끌바를 위해 헬멧을 벗고 헤드랜턴을 착용합니다.

대관령에서 D3 가둔지까지 88km는 답사를 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안되었습니다.

몸상태도 정상이고, 컨디션은 더 최상이었습니다.

 

능경봉에서 고루포기까지 7km 싱글역시 선수조의 정체로 타지도 못하고 거의 끌바입니다.

하지만 선자령 대공산성 싱글에 비하면 껌입니다.

 
[가는 만큼 줄어든다~!]


훈예린님이 아픈 무릎 때문에 힘들어 합니다.

싸우라비님이 진통제로 임시 처방을 하지만 소용이 없어 보입니다.

능경봉을 지나고, 전망대를 지나고 고루포기를 벗어나 안반데기에 도착합니다.

 

[1일차 11:50분]

훈예린님이 더 이상 진행을 하면 전체가 늦어 질수 있다며 랠리 포기를 선언합니다.
 
그때 시간이 자정이 다 되어 갑니다.

케로로님 한테 전화해서 닭목령에서 훈예린님을 픽업하기로 하고, 훈예린님이 갖고 있던 비상식량을

싸우라비님에게 건넵니다.


힘들어 못가는 것은 정신력으로 이겨 낼수 있지만, 육체적 고통까지 감내 할 만큼 랠리자체가 중요한지는 의미를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닭목령에서 케로로님을 만나 훈예린님을 남겨두고 이제 싸우라비님과 남은 구간을 완주하기로 서로 다짐합니다.

싸우라비님 페달링이 가볍습니다.

싸우라비님이 뒤에서 저보고 외칩니다.

“낭자님 너무 달리지 마시고 페이스 조절만 잘 해주세요...”



로드 다운을 지나 화란봉으로 들어서 삽당령까지 34km 임도입니다.

삽당령 예상도착시간은 새벽 4시....

임도를 들어서는데, 한무리의 선수들은 길옆에 아무렇게 앉아 간식을 먹고 있고, 또한무리는 열심히 줄맞춰서

끌바로 올라갑니다.

 

이런 임도를 끌바하면 280코스 전체를 끌바를 해야 하는데, 페달질은 언제 할지 걱정이 됩니다.

끌바는 걷는거와 속도차가 없을때만 내려서 끌기로 스스로와 약속을 하고 뒷기어 7~8단을 유지하며 열심히

페달질을 합니다...

한사람 한사람 추월 할때마다 거친 숨소리가 귓전을 스쳐지나갑니다.

 

싸우라비님의 속도가 조금씩 느려집니다.

조금 힘들어 보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면서 싸우라비님 끌바 횟수가 늘어 납니다....

훈예린님 한테 꼭 280완주증을 손에 쥐어주기로 약속했는데, 아쉽게도 그 약속 지키지 못했는데, 다시금 불길한

생각이 앞섭니다.

 
싸우라비님 무릎에 압박붕대가 눈에 들어 옵니다.

스프레이 파스로 뿌려봐도 한번 시작된 통증은 어쩔수가 없나 봅니다.

거기다가 졸음까지 괴롭힙니다.

얼마 지나지않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납니다.

자신은 삽당령에 도착하면 눈좀 붙이고 따라 갈테니 먼저 가라고 합니다.

이어서 부탁도 합니다.

“ 장군님 보고 한시간 만 더 기다려 달라고 전해주세요..”

그러겠노라고 대답하고 혼자서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혼자가 되었습니다.

훈예린님은 닭목령에 두고, 이제는 이 새벽에 여기가 어딘지도 알수 없는 산속에 싸우라비님을 남겨두고 혼자서

달립니다.

임도 시작전 저보고 외치던 한마디가 귓전을 때립니다.

“낭자님 너무 달리지 마시고 페이스조절만 잘 해주세요...”

미안한 생각이 밀려옵니다.

 

삽당령 도착할때까지 간간히 물만 마시고 간식하나 먹지 않고 그렇게 달렸습니다.

삽당령 임도 끝나는 지원포인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선수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많은 사람속에 장군님이 보입니다.

 
[2일차 새벽 5시]

예상도착시간을 1시간 초과해 새벽 5시에 삽당령 도착.

계획상으로는 삽당령에서 한시간 반 눈을 붙이고 출발하기로 했는데, 옷만 갈아입고 물보충하고, 간식 챙기고

호박죽으로 간단히 허긴진 배를 채웁니다.

이번 랠리 음식중에 최고는 단연 호박죽과 바나나, 과일이었습니다.

싸우라비님의 부탁을 전하고 출발하려는데 장군님 왈~?

“황도 드릴까요?”

이추운데 황도라니.... 점심 닭죽줄 때 이열치열이라고 말하던 해맑은 표정이 떠오릅니다...ㅋㅋㅋ

근데 이번 표정은 해맑지 않고 끝까지 잘 달릴수 있을지 근심어린 표정입니다.

임도 입구에서 파주MTB 정도령의 격려를 뒤로하고 깊은 어둠속으로 빨려들듯 빠져듭니다....



이번 임도는 만덕봉 임도로 지난번 답사때 메인사진 배경에 차마고도라고 올렸던 바로 그곳입니다.

해발 900m 까지 올리는 임도로 후반 체력 고갈로 상당히 걱정이 되었던 곳입니다.

여기만 넘으면......

조금 올라가는데 저멀리 길섶에 희뿌연 여러 물체가 보입니다.

가까이 가자 날이 너무 추워 전부들 일회용 비닐우의로 체온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두분은 웅크리고 누워 있고, 한분은 앉아서 지나가는 나를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끌바 하는 사람들을 하나둘 지나치며 생각도 영혼도 없는 사람처럼 오로지 앞만보고 달렸습니다.

내 다리는 말하지 않아도 혼자서 열심히 페달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혼자 생각합니다.

“ 왜 졸리지 않을까?, 왜 숨이 차지 않치?, 왜 무릎에 통증이 없을까? 왜 허벅지에 고통이 없지..?”

기분은 하늘을 나를 것 같고, 몸은 깃털같이 가볍게 느껴집니다.

“내몸에 이상이 생겨 지금 엄청난 고통을 내가 느끼지 못하고 있는건 아닐까?

이러다가 갑자기 쓰러지기라도 하면....“

 

드디어 만덕봉 정상, 누적거리 215km, D3 가둔지 까지 19km 다운입니다.

심호흡한번 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

달리는 동안 노면의 진동이 고통으로 바뀌면서 고스란히 손바닥 으로 전해집니다.

멈출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어두운 새벽에 끝도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를 옆에 끼고 돌밭 임도길을 시속 25km 이상의 속도로 달립니다.

제발 내앞에 큰 돌멩이와, 나무뿌리가 없는 요행을 바라며 달립니다.

이제 손바닥은 통증도 감각도 없습니다.

이러다가 그립을 놓치진 않을까......

 

임도가 끝나고 지원포인트에 도착합니다.

임도거리 38km, 예상 소요시간은 3~3시간 반, 실제 소요시간은 2시간 35분...

도착해서 지원조를 찾는데 이런 낭패가....

지원조가 안보입니다. 내가 두리번 거리고 헤메자 다른 지원조 분들이 내가 길을 잃어 버린줄 알고 저쪽이라고

친절하게 길까지 안내해줍니다.

 
핸드폰 꺼내 장군님께 전화합니다. 벨이 서너번 울리는데 저쪽에서 까만 세단한대가 미끄러져 다가옵니다.

앞 창문이 열리는데,,,,, 천상 농번기 마을관광지에 피서오는 불량 관광객 포스의 장군님과 일행들이십니다...ㅎ



마음은 급한데 신발벗고 쉴 여유가 없습니다.

이제 남은 구간 거의 끌바의 임도 하나와 마지막 악소리 싱글 하나.....

신발털고 과일 조금 챙기고 새벽에 먹고 남은 호박죽을 숟가락으로 떠먹기도 시간이 아까워 마셔버립니다.

이제 두산만 넘으면 마지막 지원포인트에서 배낭은 지원차량에 싣고 남아 있는 모든 힘을 쏟아부워 피니쉬까지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거의 탈수 없는 임도와 싱글 두 개의 산을 3시간 반만에 주파합니다.

마지막 싱글 정상부분에 체크포인트 체크기가 고장이 나서 옆에 잔차를 세워두고 인증사진으로 대신하고 돌아서는데,

누가 뒤에서 부릅니다.

핸드폰 밧데리가 다되었으니 자기 인증사진도 하나 찍어달라고.....

근데..... 어....?

7~8년전에 고양랠리에서 같이 팀으로 뛰었던 깨몽님이었습니다.

그동안 얼굴한번 못보고 오를레앙에서 가끔 닉만 봐왔는데....

우연도 이런 우연이.......

어쨌든 깨몽님은 상쾌님하고 같이 출전해서 먼저 앞서갔다고 해서 피니쉬에 도착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마지막 코스에서 만났습니다.

엿같은 싱글길 정상에서 무든 이산가족 상봉도 아니고......

암튼 반가웠습니다.

인증사진 찍어주고 둘이서 고주알 미주알 떠들며 내려옵니다.

거의 싱글을 벗어날 무렵 길이 좋아 냅다 달리고 있는데 어라?

사진 동호회에서 사진을 찍고 있네요...

근데 그 샤터소리가 내가 지나가는데 들리는거 같아 잔차를 세웠습니다..

“ 저.... 다시 올라 갔다 내려올테니 다시 좀 찍어주세요...?”

흔쾌히 승낙해줍니다.


사진을 찍고 마지막 등명해변에서 열열히 환영해줄 우리 지원조를 상상합니다.

 

만나면 첫마디를 뭐라고 할까...

오늘 이 랠리의 성공은 무엇보다 열심히 지원해주신...... 어쩌고 저쩌고...

미친놈처럼 혼자서 중얼중얼 연습도 해봅니다.. ㅋ



[2일차 10:40]

[에피소드 3]

드디어 등명해변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근데 지원조가 안보입니다.

잔차를 타고 주차장 한바퀴를 돌아도 지원조는 보이지 않고,

슬슬 불길한 기분이 드는건 왜인지....

그사이 깨몽님은 먼저 출발을 하고, 난 핸드폰으로 장군님께 전화합니다.

다음은 법정에 제출할 녹취록 일부입니다.


낭자 : 엽때여?

장군님 : 어디세요?

낭자 : 저 지금 도착했는데요?

장군님 : 어머~!!! 그러세요... 얼른 안으로 들어오세요. 해변 그늘에 자리 깔아 놨어요....

낭자 : ..........?

 

열심히 연습한 인사말도 들어줄 사람이 없었고,

바다를 배경으로 해변길을 달리는 멋진 사진을 찍어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피니쉬라인까지 남은힘 쥐어짜면서 달릴수 있도록 무거운 배낭을 싫어줄 지원차량도

없었습니다....

일산에서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 우리의 장군님은 역시나 잊어버리셨시었습니다..........

이부분 역시 맨 위 본문 [출발 당일] 부분에 언급했던 우려의 한부분입니다. ㅎ

 

이쁘고 깜찍한 아줌씨 둘이서 이 먼 강릉까지 와서 솔밭해변에 돗자리깔고 호객행위를 할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제가 배고프고 힘들까봐 해변 솔밭에서 먹으면서 쉬어가라고 좋은 자리 잡고 있었다고 변명아닌 변명을 합니다...

 

어쨌든 멋진 인사말도, 머리카락 날리며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찍어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숨가쁘게 달려오느라 먹지도 못하고 가방에 잔뜩 들어있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열심히 페달을 돌려 강릉종합운동장에

도착합니다.

피니쉬 도착시간 : 31 시간 53 분

피니쉬 도착순위 : 21 번째


280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지만, 내마음속의 280은 백두대간의 장대한 산하를 품고 지금도 달리고 있습니다.



[에피소드 4]

인증사진 찍고, 짐정리하고 맥주도 한캔했으니 우선 샤워부터 하고 싶었습니다.

다행이 장군님이 출발하기 전에 부탁했던 사우나는 잊어 먹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넘흐나 굉장한 울트라 퍼펙트한 다행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5분거리에 사우나를 수배해 뒀다는 군요...

글로 쓰기도 뭐한.... 36시간 안장위 페달링에 똥꼬와 사타구니는 땀과 마찰에

난장판이었습니다....

 

잠시후 주유소안으로 들어가더니 이곳이 사우나라고 내리라고 하더군요...

내렸습니다.

건물안으로 들어갈려고 했더니 여직원이 어디가시냐고.....

사우나 간다고 했더니 사우나는 주유소를 돌아 한참 올라가면 산밑에 있다고......

외진곳에 있으니 간판만 주유소쪽에 세워놨던 겁니다.

장군님을 부를려고 봤더니 차는 벌써 나 잡아봐라 하는듯이 주유소를 유유히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사타구니는 쓸려 아프고 다리는 풀려 겆지도 못하며 어그적 어그적 그렇게 올라갔습니다.

한낮이라 내리쬐는 햇빛에 머리에 화상 입는줄 알았습니다.

 
사우나에 도착해서 샤워기로 몸을 적시는 순간 쓰린곳에 통증이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이대로 자고 싶다.......“

 

[랠리를 마치며...]

지금까지 쓴 후기는 99% 사실과 근거하여 재밌게 쓰기위해 열심히 지원해주신 장군님과 지온님을 조금

희화화 하였습니다.

그 어느팀 보다 만족한 지원이었으며, 장군님과 지온님의 그런 해맑은 서투름이 오히려 랠리내내 선수조에겐

큰 웃음과 용기를 주었고 지치지 않고 달릴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다친 부위의 통증으로 비록 완주하진 못하였지만 최선을 다한 훈예린님 끝까지 훌륭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는 꼭 반드시 완주 할 수 있을꺼라 믿습니다.

중간에 합류하신 싸우라비님 내년에는 꼭 완주하십시오..

 

장군님, 지온님 열심히 지원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두분 덕분에 280km의 극한 고통을 웃음으로 무사히 마칠수 있었습니다.

두분의 웃음과 용기가 이번 랠리의 가장 크고 훌륭한 지원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끝으로 펑크 한번없이 잘 달려준 내 자전거도 고맙습니다.

비 한방울 안내려준 맑은 하늘도 고맙습니다.

아울러 더울 때 가끔씩 햇빛을 가려준 구름과 나무들도 고맙습니다.


- 낭자 -


​⁠

댓글목록

profile_image

헤라님의 댓글

헤라 작성일

정말 재미난 후기 입니다.
지원조가 압권인거 같습니다.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profile_image

서달산님의 댓글

서달산 작성일

닭죽의 힘 느겨집니다.
잼나게 잘 읽고 갑니다.
완주 축하드리고요.

profile_image

로떼님의 댓글

로떼 작성일

ㅋㅋ 재밌어요.
수고하셨고,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profile_image

치타님의 댓글

치타 작성일

훌륭한 지원조를 두셔군요..ㅋㅋㅋ  완주 축하드림니다..

profile_image

비타민님의 댓글

비타민 작성일

즐거운랠리~즐거운후기~ ,,,ㅍㅎ 많이웃고갑니다 ㄳ